인구 줄고 빈집 늘고…영주시, 주거지 정비 '개발'에서 '관리'로 전환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9.14 11:45 / 수정: 2026.09.14 11:45
원도심 공동화·고령화·빈집 증가에 대응
지역 특성 맞춤형 주거관리 청사진 제시
영주시청 전경. /김성권 기자
영주시청 전경.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빨라지는 시대, 경북 영주시의 주거지 정비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주택과 도시를 계속 확장하는 방식만으로는 변화하는 주거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영주시는 원도심의 인구 유출과 빈집 증가, 노후주거지 확산 등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춰 주거지를 관리·정비하는 중장기 전략 마련에 나섰다.

영주시는 14일 시청 제1회의실에서 '영주시 지속가능한 주거지정비 정책 수립' 용역 결과보고회를 열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영주시 주거지 정비의 방향과 실행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황병직 영주시장을 비롯해 관계 부서 공무원과 도시건축관리단장, 용역 수행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해 용역 결과를 청취하고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개발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주거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있다.

영주시는 그동안 시가지 확장과 신규 개발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원도심의 인구가 빠져나가고 지역 간 정주환경 격차가 커지는 문제에 직면해 왔다.

여기에 인구감소와 가구구조 변화,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빈집과 노후주택 증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용역에서는 영주시의 인구·가구 변화와 주거수요, 빈집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지역별 주거환경 특성에 맞는 정비방향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든 지역을 똑같이 정비하지 않는다"

이번에 제시된 주거지 정비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정비'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지역마다 주거문제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용역에서는 지역 여건에 따라 △빈집관리 기반 주거성능개선형 △민간주도·공공지원형 소규모 주거지정비 △주거복지 기반 공공주도형 정비모델 등 세 가지 방향이 제시됐다.

빈집과 노후주택이 밀집한 지역에는 집수리와 주거성능 개선 등을 통해 기존 주택의 활용도를 높이고, 정비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는 소규모 주거지정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주거복지와 연계한 공공주도형 정비를 통해 주거환경 개선과 정주여건 향상을 동시에 추진한다.

주거지를 허물고 새로 짓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주택과 골목길, 생활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영주시가지 전경. /영주시
영주시가지 전경. /영주시

◇빈집·노후주택에서 골목길·생활서비스까지

주거지 정비의 범위도 넓어진다. 단순히 노후주택을 고치거나 빈집을 철거하는 차원을 넘어 골목길과 생활서비스, 주거복지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빈집 문제는 인구감소 시대 영주시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빈집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 문제와 지역 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빈집과 노후주거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집수리와 골목길 정비 등 생활밀착형 사업을 연계해 주거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안정적인 정주공간을, 은퇴자와 고령자에게는 생활편의와 주거복지를 고려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등 세대별 수요에도 대응한다.

◇영주 전역을 '주거관리권역'으로 세분화

이번 용역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주거관리권역' 설정이다.

영주시는 생활권과 소생활권을 기반으로 인구구조와 가구 이동, 빈집 예측 결과, 생활서비스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주거관리권역을 설정하고 권역별 주거지 관리·정비 방향과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이는 영주시 전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놓고 일률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사업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어느 지역은 빈집 관리가 우선이고, 어느 지역은 노후주택 집수리가 시급할 수 있다. 또 다른 지역은 생활서비스 확충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정주환경을 개선해야 할 수도 있다.

주거관리권역은 이 같은 지역별 차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공간적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향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주거지 정비사업을 발굴하고 중앙정부와 경북도 등의 공모사업 및 정책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청년부터 고령층까지…'사람 중심' 주거정책으로

영주시가 이번 정책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세대'다.

인구 감소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보다 다양한 세대가 실제로 머물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년·신혼부부에게는 일자리와 생활권을 고려한 정주공간이 필요하고, 은퇴자와 고령층에게는 의료·복지·생활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한 주거조건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거지 정비는 주택 자체의 물리적 개선을 넘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생활권 단위의 정비로 확대될 전망이다.

주택과 골목길, 생활서비스, 주거복지를 하나의 정책 틀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황병직 시장 "인구 감소 시대, 주거정책도 달라져야"

황병직 영주시장은 이날 보고회에서 이번 용역의 의미를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맞는 영주형 주거관리의 큰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황 시장은 "이번 용역은 영주시의 주거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우리 시가 어떤 방향으로 주거지를 관리하고 정비해 나가야 할지 큰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과 신혼부부, 은퇴자와 고령자 등 다양한 세대의 주거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빈집과 노후주거지 등 지역이 안고 있는 주거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주시는 이번 용역에서 제시된 주거관리권역별 특성과 정비방향을 바탕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주거지 정비사업을 단계적으로 발굴·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빈집과 노후주거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집수리, 골목길 정비 등 생활밀착형 사업을 확대하고 청년·신혼부부, 은퇴자·고령자 등 세대별 주거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정비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개발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던 시대의 도시정책은 '어디에 더 많은 주택과 도시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는 질문 자체가 달라진다.

'어디를 새로 개발할 것인가'보다 '현재의 주거지를 어떻게 지키고 살릴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영주시가 이번에 마련한 지속가능한 주거지 정비정책은 바로 이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빈집을 방치하지 않고, 낡은 집을 고쳐 쓰며, 쇠퇴한 골목에 생활의 기능을 다시 채우고, 청년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머물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

영주의 주거정책이 '확장'에서 '재생과 관리'로 방향을 틀면서, 인구 감소 시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도시관리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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