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변방의 섬'에서 국가 거점으로…4804억 원 대형 프로젝트 본격화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9.11 16:30 / 수정: 2026.09.11 16:30
정부 첫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 확정…21개 사업에 국비 3351억 원
울릉공항·도로·복합대피시설·생활 인프라 총망라
가을옷을 갈아입은 울릉도 산야. 멀리 저동항이 보인다. /더팩트 DB
가을옷을 갈아입은 울릉도 산야. 멀리 저동항이 보인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대한민국 최동단 해양영토 울릉도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울릉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대표 관광지라는 이미지와 함께 육지와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물류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 '고립된 섬'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처음으로 수립한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2026~2030)'에 울릉군의 21개 사업이 대거 포함되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11일 울릉군에 따르면 군에 확정된 사업 규모만 4804억 원, 이 가운데 국비가 3351억 원에 달한다.

단순한 관광 개발을 넘어 공항과 도로 등 교통망, 재난 대응시설, 상·하수도와 폐기물 처리시설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기반시설까지 국가가 직접 챙기는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이번 계획은 울릉도를 단순한 '외딴 섬'이 아니라 국가의 해양영토를 지키고 사람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전략적 거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제1차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은 지난해 1월 제정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첫 국가계획이다.

울릉도 가을풍경. /더팩트 DB
울릉도 가을풍경. /더팩트 DB

정부는 전국 43개 국토외곽 먼섬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38개 사업, 1조 942억 원을 투입한다.

울릉군은 이 가운데 21개 사업이 확정됐다.

사업별로는 신규 사업 13건과 계속 사업 8건으로 구성됐다. 전체 사업비는 4804억 원이며 국비 3351억 원, 지방비 503억 원, 민간투자 950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울릉군이 확보한 국비는 정부 전체 국비 지원액의 약 40%에 해당한다.

이는 울릉도가 다른 먼섬과 비교해 국가적 차원의 투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울릉도는 동해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관광뿐 아니라 해양영토 관리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동시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 높은 물류비, 교통 불편, 생활 인프라 부족 등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번 국가계획은 이 같은 울릉도의 복합적인 현실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첫 종합 처방이다.

이번 사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울릉공항 건설 사업이다.

울릉공항 건설에는 전체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3536억 원이 반영됐다.

울릉도 발전을 가로막아온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는 접근성이다.

울릉도 해상 절경을 자랑하는 관음도와 삼선암. /울릉군
울릉도 해상 절경을 자랑하는 관음도와 삼선암. /울릉군

현재 울릉도는 기상 상황에 따라 여객선 운항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의 이동에도 불편이 뒤따랐다. 화물과 생필품 운송 역시 해상교통에 크게 의존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지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공항 건설은 이런 구조를 바꿀 핵심 기반 시설이다.

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육지와 울릉도 간 이동시간 단축은 물론 관광객 유입 확대, 응급환자 이송, 물류 체계 개선 등 생활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공항 하나만으로 울릉도의 미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항을 중심으로 도로와 교통망, 숙박·관광 인프라, 생활편의시설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종합발전계획에 도로 확·포장과 교통시설 개선 사업 등이 함께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SOC와 함께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업도 눈길을 끈다.

울릉군은 복합대피시설을 비롯해 상·하수도 정비,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등 생활 기반 시설 개선에 나선다.

섬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재난이나 기상 악화가 발생할 경우 육지의 지원을 신속하게 받기 어렵다.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 폭설 등 자연재해뿐 아니라 응급환자 발생과 대형 사고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복합대피시설은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반 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상·하수도와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역시 관광객 증가와 주민 생활환경 개선을 동시에 고려한 사업이다.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물과 폐기물 처리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결국 이번 국가계획은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울릉도'뿐 아니라 '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울릉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개발사업과 차별성이 있다.

울릉도 공암바위. / 울릉군
울릉도 공암바위. / 울릉군

울릉도가 국가 지원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규모 사업의 성과가 실제 주민들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울릉도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와 비수기의 격차가 크고,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숙박·음식·교통 등 관광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도로와 공항이 생기고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정착하고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일자리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4804억 원 규모 사업의 성패는 시설을 얼마나 많이 건설하느냐가 아니라 그 시설을 기반으로 울릉도에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이번 종합발전계획 확정을 두고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그동안 변방으로 소외됐던 국토 외곽 섬의 군사적·경제적 가치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울릉군은 이번 계획을 기반으로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울릉 특별자치군’ 도입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공항 건설과 대규모 SOC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생활밀착형 인프라까지 확충해 울릉도를 지속가능한 해양영토 수호의 전진기지이자 동해안 관광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 확정은 울릉도에 단순히 480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가 울릉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국가적 투자와 정책으로 극복하고, 사람이 살고 경제가 움직이며 국가의 영토를 지키는 섬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4804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으로 울릉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느냐다.

울릉도가 이번 국가계획을 계기로 '관광객이 잠시 다녀가는 섬'을 넘어 사람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전략적 섬으로 거듭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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