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황병직 시장 '인삼 춤' 선거법 위반 논란…행정 홍보 기준 다시 세워야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9.03 10:50 / 수정: 2026.09.03 10:50
풍기인삼축제 성공 위해 세련된 홍보 전략 보여주어야
선거법 논란이 일고 있는 황병직 영주시장의 풍기인삼을 들고 춤추는 AI 영상. /페이스북 갈무리
선거법 논란이 일고 있는 황병직 영주시장의 풍기인삼을 들고 춤추는 AI 영상.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시장이 풍기인삼을 들고 춤추는 AI 영상'을 둘러싼 선거법 위반 논란이 영주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선관위 조사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자, 황병직 영주시장은 지난달 31일 직접 선관위를 찾아 "우려되는 부분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며 요청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논란에 정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이자, 억울함을 씻어내고 행정력을 다시 축제로 집중하겠다는 절박한 행보다.

영주시는 즉시 입장문을 내고 해명에 나섰다. 문제의 영상은 시 예산이나 공식 SNS로 유통된 것이 아니며, 간부회의에서 나온 시장의 발언 역시 "강제가 아닌 자발적 홍보 협조 요청"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축제 주관 단체가 영주문화관광재단으로 급히 변경되는 등 열악해진 여건 속에서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사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행정의 억울함과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다. 한 해 농사와 장사가 걸린 지역 최대 축제를 앞두고, 사람을 모으기 위한 몸부림이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안타깝다.

풍기인삼축제는 영주시장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지역 인삼농가와 상인들의 한 해 농사와 장사가 걸려 있고, 관광객을 불러 모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영주의 대표 축제다.

특히 올해 축제의 성패는 농가와 상인들에게 단순한 행사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특산품인 풍기인삼의 판로와 소비 확대, 지역 관광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풍기인삼축제를 앞두고 축제장에서 판매할 수삼체굴이 한창이다. /김성권 기자
풍기인삼축제를 앞두고 축제장에서 판매할 수삼체굴이 한창이다. /김성권 기자

시장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사람을 불러 모으고, 풍기인삼을 알리고, 축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홍보 하나하나가 선거법 논란으로 이어진다면 행정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 시장이 직접 영상에 출연하고 춤까지 춘 것도 어쩌면 이런 절박함의 표현일 수 있다.

'시장까지 나서서 축제를 알리겠다'는 의지가 과도한 정치적 행위로만 해석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행정이 억울함만 호소해서도 안 된다. 오해받을 행동은 애초에 피하는 것이 행정의 지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영주시는 행정 홍보의 기준부터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 축제 홍보물에서 단체장의 개인적인 이미지 노출은 최소화하고 축제와 풍기인삼 자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둘째, 공무원들의 SNS 홍보도 강제나 조직적인 동원으로 비칠 소지를 없애고 자율적인 참여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홍보영상 제작과 배포 방식 등에 대한 내부 검토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선관위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보하지 말자'가 아니라 '문제없이 제대로 홍보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논란에서 영주시가 찾아야 할 현실적인 해법이다.

영주시 홍보전산실에서 AI로 만든 홍보 이미지. /영주시
영주시 홍보전산실에서 AI로 만든 홍보 이미지. /영주시

선관위 역시 조사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란만 장기화된다면 축제 준비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위법성이 있다면 엄정하게 판단하면 된다. 문제가 없다면 조속히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선거법 문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사 착수를 곧바로 위법으로 규정하거나 단체장을 공격하는 정치적 소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조사 중'이라는 세 글자와 '위법'이라는 두 글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언론 역시 냉정해야 한다.

행정의 잘못은 날카롭게 지적하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행정이 축제 성공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선거법의 경계를 넘는다면 그것 역시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지금 영주에 필요한 것은 말싸움이나 헛된 삿대질이 아니다. 선관위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사 결과를 내어 행정의 불확실성을 털어내 주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 역시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성급한 '위법'으로 단정 지으며 축제의 동력을 깎아 먹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축제의 성공'이다. 황 시장이 선관위를 직접 찾아가면서까지 증명하고자 했던 진정성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시장 개인이 앞에 서지 않아도 축제 자체가 빛나는 세련된 홍보 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장의 얼굴이 아닌 풍기인삼이 춤추게 해야 한다. 농민들의 손에 결실이 쥐어지고,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질 때 이번 논란은 비로소 영주 행정을 한 단계 성장시킨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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