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관행 끊고 원점서 다시 본다…영주시의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6.08.31 15:15 / 수정: 2026.08.31 15:15
황병직 영주시장이 내년도 업무계획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주시
황병직 영주시장이 내년도 업무계획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계획보다 실행, 보고보다 성과에 집중해 달라."

황병직 경북 영주시장이 2027년도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며 던진 메시지다. 어쩌면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영주시는 지난 24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2027년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민선9기 출범 이후 처음 마련된 내년도 업무계획 보고다.

통상 업무보고라 하면 부서별로 추진사업을 설명하고 내년도 계획을 확인하는 행정 절차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출발점부터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맞췄다.

올해 무엇을 했는지를 나열하기보다 그 사업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내년에 무엇을 해야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앞서 황 시장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3일까지 19개 읍면동을 돌며 주민들과 직접 만난 뒤 진행된 업무보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 나온 주민들의 요구와 불편이 책상 위 보고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황 시장은 주민 건의사항을 직접 챙기며 행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도 '불가'라는 한마디로 끝내지 말고 대안을 찾고 처리 과정과 이유를 주민에게 설명하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들었다'가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다.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지방정부는 많다.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행정의 경청 자체가 아니다. 내가 말한 불편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제기한 문제가 실제로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영주시가 지난 24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2027년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영주시
영주시가 지난 24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2027년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영주시

그래서 이번 업무보고가 주목된다.

민선9기 공약사업과 신규 시책, 시장 지시사항은 물론 인수위원회 당시 제시됐던 사업까지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은 일종의 '원점 재검토'다.

과거에 계획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지금도 시민에게 필요한지,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좋은 변화다. 행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계획했기 때문에 계속하는 사업'이다. 한 번 계획된 사업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예산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우선순위를 다시 묻지 않는다면 행정은 어느 순간 시민보다 사업 자체를 바라보게 된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지방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영주시가 안고 있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인구와 지역 경제, 관광과 농업, 산업 경쟁력, 교육과 일자리 등 어느 하나 단기간에 해답을 내기 어려운 분야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업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보다 이미 가진 자원을 어떻게 연결해 실질적인 성과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정부 정책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해 국·도비 사업을 확보하고, 영주시의 산업·관광·농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것도 결국 '실행력'의 문제다.

생활인구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관광객이 영주를 한 번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도시를 만들려면 관광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스포츠·교육·일자리와 지역 경제를 함께 묶어야 한다.

아이디어보다 실행계획이 중요하고, 실행계획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조직문화의 변화까지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부서 간 벽을 허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국 행정의 성과는 조직 구성원들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도시의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들이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실행에 나설 때 비로소 행정의 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업무보고가 끝났다고 해서 행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고서에 담긴 수많은 사업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조정하며, 무엇을 실제 예산으로 옮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2027년도 주요업무계획과 본예산에 어떤 사업이 담기느냐가 민선9기 영주시정의 방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결과물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이제 새로운 구호보다 변화를 원한다.

도로의 작은 불편이 개선됐는지, 오래된 민원이 해결됐는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가 생겼는지,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는지, 관광객이 실제 지역 상권에서 소비하고 있는지를 통해 행정을 평가할 것이다.

결국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결과다.

민선9기 첫 2027년도 업무보고가 단순한 행정 내부의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제 보고서에서 현장으로, 계획에서 실행으로 넘어가야 한다.

황 시장이 강조한 '계획보다 실행, 보고보다 성과'가 구호에 머무를지, 시민들의 일상에서 실제 변화로 나타날지는 앞으로의 행정에 달렸다.

이제 영주시가 답해야 할 차례다.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계획이 아니라 성과로.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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