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80종·기업 150곳·인재 3000명…산업 새 판 짜기

[더팩트ㅣ구미=정창구 기자] 경북 구미시가 삼성의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공급망 심장'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단순히 대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중소·중견기업을 로봇산업 공급망에 대거 진입시켜 구미의 산업지형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전자·반도체·방산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구미 제조업이 AI와 로봇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장착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24일 구미시청에서 '경북 로봇산업 공급망 대응 TF'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로봇산업 생태계 구축에 들어갔다.
이날 발족식에는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김장호 구미시장, 도·시의원, 로봇 관련 기업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대기업 투자에서 '지역 공급망 혁신'으로
이번 TF의 핵심은 명확하다. 삼성의 구미 투자가 한 기업의 투자에 머물지 않도록 지역기업의 기술개발과 공급망 진입,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전략기획·공급망전환·R&D발굴·투자유치·산업입지·기업협력 등 6개 실무분과가 가동된다.
산업용지 확보부터 연구개발, 투자 인센티브, 기업 애로 해결까지 기존에 흩어져 있던 지원체계를 하나로 묶어 기업의 로봇산업 전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날 공개된 '경상북도 로봇산업 성장 방안'은 이 같은 구상을 숫자로 구체화했다.
총사업비는 4862억 원. 향후 5년 동안 로봇 핵심부품 신제품 80종을 개발하고 기존 제조기업 150곳의 로봇 공급망 전환을 추진한다. 제조 AX 프로젝트 230건과 로봇 전문 인력 3000명 양성도 목표로 제시됐다.
구미는 '공급망', 포항은 '실증'을 담당하는 양대 거점 체제다. 구미에서 부품과 기업을 키우고 포항의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구조를 만들어 경북 안에서 로봇산업의 개발·생산·실증이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구미 제조업, 로봇이라는 새 엔진 단다
구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갖춰진 제조업 기반 때문이다.
전자·반도체·방산을 비롯한 제조기업과 부품·소재 기업이 집적돼 있어 기존 기업이 로봇 부품과 장비, 제조 AI 분야로 전환할 경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비교적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전략의 성패는 '얼마를 투자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지역기업이 실제 공급망에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대기업 투자가 지역 중소기업의 수주와 기술개발,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TF 출범과 동시에 '공급망 전환 150개사'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도 전체 일정 가운데 30분을 기업 건의사항 청취에 배정했다.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자금조달 등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했고,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를 향후 지원정책과 R&D 사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산업생태계도 바꿀까
구미가 그리고 있는 최종 그림은 대기업 공장 하나를 더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대기업 투자와 지역기업의 공급망 진입, 연구개발, 전문 인력 양성, 추가 투자유치가 맞물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구조가 현실화되면 구미는 기존 전자산업 중심의 제조도시에서 AI와 로봇이 결합된 첨단 제조도시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구미시가 로봇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화단지 지정과 삼성 투자, 이번 공급망 전략이 맞물릴 경우 구미 로봇산업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앞으로 5년이 관건
4862억 원의 투자가 실제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150개 지역기업이 새로운 공급망에 안착하며, 3000명의 전문 인력이 지역 산업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가 구미의 로봇산업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AI·로봇 중심의 산업 대전환과 삼성의 구미 투자는 지역 로봇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회"라며 "지역기업의 공급망 진입과 성장을 지원해 구미를 K-로봇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의 투자가 던진 공을 지역 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구미의 새로운 산업 실험이 시작됐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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