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 참여하는 제작극장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부산 지역 시민·문화예술단체들이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추진되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제작극장 운영 체계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31개 단체는 20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재수 부산시장은 후보 시절 시민에게 약속한 부산오페라하우스 원점 재검토 공약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가 라 스칼라 공연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도 공연 추진의 중심에 있는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과 먼저 임기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문제 삼았다.
그레이스 조 뉴아시아오페라단 단장은 "전 시장은 지난 11일 라 스칼라 초청 공연과 관련해 시민 의견 수렴과 타운홀미팅 등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절차적 정당성과 시민 수용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핵심 인사를 먼저 결정한 뒤 시민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진정한 공론화인지 의문"이라며 "결론을 사실상 정해놓고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면 정책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라 스칼라 초청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 차례 대형 해외 공연보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어떤 운영 철학과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출발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15억 원 규모의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이 오페라를 직접 만들고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제작극장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부산시 부담이 30억 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에 그치지 말고, 전체 재원의 출처와 분담 구조, 예산 편성의 타당성, 세부 내역과 추진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는 전체 사업비 가운데 민간 후원금과 입장권 판매 수입 등을 제외하면 실제 시 재정 부담이 약 3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체들은 후원금과 입장권 수입 역시 공연 추진을 전제로 마련되는 재원인 만큼 시비 부담액이 아닌 전체 사업 규모를 기준으로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부산오페라하우스 준공 일정에 맞춰 개관을 서두르는 데도 우려를 나타냈다.
단체들은 "건물 준공이 곧 공연장의 완성을 뜻하지 않는다"며 "무대와 음향·조명 등 공연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관객 편의시설과 안전, 교통·주차 대책까지 충분한 시범운영과 전문가·시민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지역 예술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공론화·협력 구조 마련과 문화정책 책임라인 쇄신, 전문 운영조직 구성, 지속 가능한 제작극장 시스템 구축 등을 부산시에 요구했다.

부산시는 오는 24일 시민토론회와 여론조사, 문화협력위원회 심의, 다음 달 말 타운홀미팅 등을 거쳐 10월 초 공연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은 내년 9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에 맞춰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3회와 오케스트라·합창단 공연 등 모두 5차례 공연을 선보이는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 라 스칼라의 무대 장치와 의상, 출연진·제작진 등 400여 명이 부산시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전체 사업비는 약 100억~115억 원으로 추산됐다.
100억 원을 웃도는 사업비가 알려지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일회성 해외 공연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반면,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의 공연을 부산시에서 선보여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찬성 의견도 맞서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앞서 전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라 스칼라 공연 관련 예산 집행을 중단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이후에는 시민과 이해관계자, 공무원 등의 의견을 두루 듣고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지난달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과 2년간 임기 연장 계약을 체결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중장기 운영 방향과 개관 페스티벌 기획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 감독은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부산 공연이 추진되는 오텔로를 지휘할 예정이어서 연임 결정 이후 공연 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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