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김선우 기자] "우리의 피가 아이들에게 이어질까 두렵습니다."
카자흐스탄 핵실험 피해자 마이라 아베노바의 증언이 끝나자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은 한동안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객석에 앉은 원폭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고개를 떨궜고, 일부 참석자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경기도와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는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을 열었다.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원폭 피해자와 후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81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희생된 이들과 강제동원으로 피폭된 우리 동포들을 기렸다.
국제 피폭자 증언대회에 나선 아베노바는 옛 소련이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에서 456차례 핵실험을 벌인 사실을 소개하며 "핵실험은 끝났지만 피해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미국 원주민 출신 페투체 길버트 세계원주민협회장도 "핵무기 개발은 원주민의 삶과 터전을 무너뜨렸다"며 방치된 우라늄 광산과 방사능 오염 실태를 증언했다.
두 사람은 "핵 피해는 특정 국가의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현재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대표 헌화를 마친 추미애 지사는 "우리는 원폭 피해자들에게 빚지고 있다"며 "오늘 추모식은 남아 있는 유족들을 위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핵무기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원폭 피해자들이 전 세계를 향해 외치는 평화의 목소리에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일본의 비핵 3원칙과 군사력 확대 움직임도 언급하며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방명록에도 '원폭 피해자의 이름으로 평화 헌법과 비핵 3원칙을 일본국이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피해자의 넋을 애도합니다'라고 적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원폭 피해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고통"이라며 "피해자와 후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확대하는 데 경기도와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행사장 로비에는 원폭 피해와 강제동원 관련 사진과 기록이 전시됐다. 흑백사진 속 폐허가 된 히로시마와 피폭자들의 기록 앞에서 참석자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긴 시간 전시물을 바라봤다.
경기도는 현재 원폭 피해자와 후손 1049명을 지원하고 있다. 생활지원수당 지급과 의료·문화 지원을 넘어 최근에는 민간병원과 협력해 의료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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