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대전시 대덕구의회가 개원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이어지면서 의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석씩을 차지한 '4대 4' 동수 구도가 꼽힌다.
하지만 과연 의석수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파행은 불가피한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지난 민선8기 제9대 대전 동구의회 역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5석씩을 차지한 '5대 5' 동수 의회였다.
당시에도 원 구성 난항이 예상됐지만, 여야는 협치를 통해 대전 5개 자치구 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의장단을 선출했다. 특히 국민의힘에 4선 의원 3명이 포진해 있었던 점은 다선 의원을 존중하는 의회 문화와 맞물려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동수 의회라는 구조보다 정치적 타협과 협치 의지가 더 중요한 변수였음을 보여준 사례다.
반면 현재 대덕구의회는 같은 동수 의회임에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의회의 운영은 결국 구성원들의 정치력과 협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지방의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의원 개인의 정치력과 협상 능력에만 맡겨도 되는 것일까.
이번 민선9기 제10대 대덕구의회는 제9대와 마찬가지로 의원 정수가 8석이다. 동구의회와 중구의회 역시 각각 10석으로 모두 짝수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짝수 의석 구조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언제든 동수 의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에는 대덕구의회였지만 다음에는 다른 기초의회가 같은 상황을 겪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의원 정수를 홀수로 늘린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수당의 독주나 소수 의견 배제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 동수 의회로 인한 구조적 교착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 의회가 특정 상황에서 멈춰 서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는 협상에만 의존하기보다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의장 자리를 둘러싼 힘겨루기보다 예산과 조례를 심의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협치는 정치가 만들어야 할 문화다. 그러나 제도는 협치가 실패하더라도 의회가 멈추지 않도록 받쳐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어야 한다.
대덕구의회의 '4대 4'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회 제도가 던지는 하나의 과제다.
앞으로 기초의회 의원 정수를 결정할 때는 단순히 인구와 행정구역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의회의 안정적인 운영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회의 교착 상태를 정치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치가 실패하더라도 주민을 위한 의회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협치를 주문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협치가 실패해도 의회가 작동할 수 있는 제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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