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김선우 기자] "때로는 저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분도 있고, 선거 과정에서 철렁했던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도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숙의해야 합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민선9기 출범 이후 처음 만난 31개 시·군 단체장들에게 꺼낸 첫 메시지는 '협치'였다.
22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민선9기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시장·군수들과 마주 앉은 추 지사는 정당과 정치적 입장을 넘어 지역 현안을 함께 풀어가는 '경기 공동체'를 강조했다.
추 지사는 "선거 때는 정당 소속으로 경쟁했지만 이제는 각 도시 발전을 위해 벽을 허물고 숙의해야 한다"며 "오늘 자리가 도민을 위한 첫 번째 숙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 재정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안감을 줄 정도로 강조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불요불급한 것과 교통과 안전 등 꼭 필요한 사업부터 시·군과 소통하며 풀겠다"고 했다.
추 지사는 민선9기 핵심 가치인 '공정·혁신·포용'을 강조하며 "행정의 신뢰는 공정함에서 시작된다"면서 "정치적 입장을 따지지 않고 무엇이 도민을 위한 길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지역 간 격차 문제를 놓고서는 "반도체와 관련한 8개 시·군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성장할 수 있지만 상대적 격차와 박탈감을 느끼는 지역도 있다"며 "대기업 투자와 산업 성과가 도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게 책임 행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특히 "반도체 산업으로 도가 직접 얻는 재정적 이익은 제한적"이라면서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 해결, 미래 투자로 연결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는 교통지옥"…시장·군수들 현안 봇물
이어진 31개 시·군별 민선9기 출범 메시지 발표 시간에는 시장·군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지역 현안을 쏟아냈다.
가장 많이 나온 화두는 단연 교통과 반도체·AI·바이오 등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었다.
이기형 김포시장은 '교통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서울지하철 5호선과 인천지하철 2호선의 김포 연장을 건의했다.
김원기 의정부시장은 별내에서 끝나는 지하철 8호선을 의정부까지 연장해 포천·양주·동두천·연천을 잇는 경기북부 광역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서울 강남권 관문 도시인 만큼 만성적인 교통난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적극적인 협의를, 김성제 의왕시장은 인덕원~동탄선, 위례~과천선 연계 등 광역철도망 확충을 요구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걸맞은 광역교통망 구축, 전진선 양평군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현안 해결을 각각 요청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1년 당겨진 삼성전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조기 가동에 따른 전력·용수 공급 지원과 함께 처인구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계한 광역철도망 구축을 건의했다.
최원용 평택시장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따른 교통 불편 해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연계한 교통·교육·의료 기반 시설 확충을 제안했다.
조용호 오산시장은 반도체 배후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산업·교통 인프라 확충을, 최대호 안양시장은 피지컬 AI 혁신도시 클러스터 조성 지원을, 임병택 시흥시장은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 육성 지원을 각각 요청했다.
민경선 고양시장는 항공우주와 의료바이오 산업 분야 지원을 제시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AI·반도체 중심의 첨단과학 연구도시 조성과 경제자유구역 추진을 위해 인접 지자체와의 산업 클러스터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간담회에 앞서 각 시·군은 교통과 산업, 균형발전 등 70여 건의 지역 현안을 경기도에 전달했다.

◇협력 강화 공동선언문 채택…타운홀미팅도 정례화
추 지사와 시장·군수들은 민선9기 광역·기초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기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에는 도와 31개 시·군이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지역 현안을 정례적으로 논의하는 '정책협력위원회' 운영 내용이 담겼다. 정책협력위원회는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정기적으로 만나 주요 정책과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기구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도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타운홀미팅'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타운홀미팅은 도민을 초청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 도지사가 직접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세부 운영 방안은 실무 협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추 지사는 "오늘은 민선9기의 시작"이라며 "시·군과 충분히 소통해 가능한 사업은 신속하게 추진하고, 어려운 과제는 입법과 예산 확보 방안까지 함께 마련해 속도감 있게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선9기 전반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최대호 안양시장은 "도정의 핵심 가치인 공정·혁신·포용을 토대로 31개 시·군이 지역 특성에 맞는 변화를 만들어 낸다면 도민 삶의 현장에서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도정과 시정·군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어떤 위기도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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