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라진 이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남광주시 북구 효령동 야산을 파헤쳤지만, 46년 묵은 의문을 풀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발굴된 유해는 21구로 집계됐으나 매장 형태와 유류품 등을 종합하면 5·18 희생자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잠정 판단됐다. 다만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유해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진행된다.
5·18기념재단은 21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전남광주시 북구 효령동 산143 일원에 대한 '2026년 5·18 암매장 추정지 발굴' 결과를 발표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말까지 전체 조사 대상지 2140.8㎡ 가운데 암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1000㎡를 발굴했다.
조사에서는 비교적 형태가 온전한 유해 15구와 흩어진 유해 조각 6점이 수습됐다. 5·18기념재단은 이를 유해 21구로 집계했다.
유해 15구 가운데 14구는 흰색 플라스틱 노끈으로 묶인 채 함께 묻혀 있었다. 최초 매장 이후 뼈만 남은 유해를 다시 모아 이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광주 지역 개발 과정에서 정리된 무연분묘의 유해가 이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나머지 1구는 다른 유해와 매장 형태가 달랐다. 반팔 셔츠와 긴 바지를 입은 상태였고 머리맡에는 접은 바지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발굴지에서는 유해와 함께 플라스틱 노끈과 마대 조각도 나왔다. 그러나 인류학적 감식과 매장 양상, 유류품을 종합한 결과 5·18과 직접 연결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은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유해 5구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5·18 행방불명자 가족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할 방침이다.
유해가 옮겨진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옛 북구 일곡동 화장장 이전과 광주과학고 신축, 한국폴리텍대 광주캠퍼스 기초공사 당시 무연분묘 이장 기록도 살펴보고 있다.
이번 발굴은 지난해 5월 접수된 주민 제보에서 시작됐다.
제보자는 1980년 5월 당시 모내기를 하던 중 피가 묻은 마대를 실은 군용 트럭이 현장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봤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의 기억을 따라 유해가 발견됐지만 5·18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암매장 진상 규명을 민간 제보와 발굴에만 의존하는 방식의 한계도 다시 드러났다.
과거 광주시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암매장 추정지 8곳을 조사했으나 5·18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5·18기념재단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옛 광주교도소 일대를 발굴했지만 희생자 소재를 밝힐 성과를 얻지 못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계엄군 관계자들로부터 암매장 지시와 실행, 목격에 관한 진술을 확보했지만 시신이 최초 매장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만 제시한 채 진상 규명 불능으로 결론을 내렸다.
5·18기념재단은 "조사권이나 수사권이 없는 민간단체가 군 기록과 관련자 진술에 접근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소를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암매장에 관여했거나 사실을 알고 있는 군 관계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와 관계기관의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확보한 군 기록과 진술도 후속 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국가가 인정한 5·18 행방불명자는 73명이다. 행방불명자로 신청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소재불명자도 105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