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광주시 도심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서구 마륵동 공군 탄약고 이전 사업이 군 공항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과 맞물려 또다시 주춤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6일 국방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마륵동 영외 탄약고를 군 공항 영내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09년 군 공항과 이웃한 신야촌, 문촌마을 등 이전 대상지 50만여 평에 대한 토지보상과 수용을 마무리했다. 이 사업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국방부가 2016년 광주시의 군 공항 이전 건의를 받아들인데 이어 2023년 광주군공항이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영외 탄약고 이전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총사업비 3200억여 원 가운데 80% 남짓인 2680억여 원이 집행된 상태에서 멈춰섰다. 군 공항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탄약고도 다시 옮겨야 해 매몰비용이 발생할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이런 와중에 올 4월 광주 민간 공항의 무한공항 이전통합과 군 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무안 망운면 일대가 지정되면서 탄약고 이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국방부와 통합시, 무안군 등이 예비이전후보지를 협의 결정할 당시 패키지나 다름없는 탄약고 이전 문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예비이전후보지 주민들의 수용성 등을 고려해서다.
지난달에는 군 공항 종전 부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후보지로 전격 결정되면서 마륵동 탄약고 이전 문제는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지주와 주민들은 "50년 넘게 이전을 기다렸는데 이럴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마륵동 탄약고와 이웃한 소하천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64) 씨는 "탄약고가 이전하면 주변을 가로지르는 대로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가게를 열었지만 또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주말이면 제방도로에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탄약고 인근 군사시설보호지구에 농지를 소유한 정모(65) 씨는 "도심권에 있는 땅을 활용할 수가 없어 수년간 임대료 없이 농사짓는 개인에게 빌려주면서 공군 탄약고 이전 소식만을 기다려 왔다"며 "이번 반도체 팹 입지로 이전이 물건너간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볼멘 소리다.
1975년 서구 마륵동.금호동 일대 37만㎡에 탄약고가 들어서고 반경 1㎞ 이상 지역 212만㎡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였다. 주민들은 이후 50여 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사이 인근에는 광주의 행정 상업 중심지구인 상무지구와 대규모 택지단지인 풍암, 금호지구가 들어서면서 탄약고 주변은 도심속의 섬처럼 고립됐다.

국방부의 탄약고 영내 이전 사업에 기대를 걸었으나 최근 군 공항 반도체 공장 입지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탄약고가 이전되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광주 서부권 도시공간 재편 등 개발 촉진이 기대된다. 도시발전을 위해 탄약고와 군 공항 이전을 분리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은 최근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서구 마륵동 탄약고 이전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최근 군 공항 부지가 반도체 클러스터로 선정되면서 기존 탄약고 이전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진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양 의원은 안 장관에게 "국가 전략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숙원이 뒤로 밀려선 안 된다"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탄약고 이전을 함께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안 장관은 "주민 불편과 오랜 염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군 공항 이전 후보지가 최종 확정되고 이전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 탄약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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