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지난해 본지가 <목 졸려 기절까지 했는데 "학폭"이 아냐?…목격자 조사에 소홀한 학폭위> 제하의 보도(2025. 5. 29)를 통해 목격자 조사 부실 논란을 제기했던 충남 아산시 초등학생 학교폭력 사건에서 법원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학교폭력 아님(조치 없음)' 결정을 취소했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정선오)는 피해 학생 A군 측이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 조치 없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학폭위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사안에 대해 법원이 목격자 진술과 사건 당시 정황을 종합적으로 인정하며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3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시 3학년이던 A군은 같은 반 학생 B군과 축구팀을 정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B군에게 몸 위를 제압당한 채 양손으로 목을 졸리는 폭행을 당했다.
A군은 당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고, 같은 해 11월에는 B군에게 갑자기 들어 올려져 바닥에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산교육지원청 학폭위는 "기절이나 목 졸림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당사자 진술이 엇갈린다"며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 학생 측은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들과 성인 목격자들이 있었음에도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이들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반복된 괴롭힘마저 장난이나 놀이 수준으로 판단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해 5월 피해 학생 측이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내용과 함께 학폭위의 조사 과정과 사실관계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법원은 피해 학생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의 증언과 성인 목격자의 진술이 서로 부합하고, 전체적인 사건 경위와도 모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 학생이 목을 졸린 뒤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다는 부분 역시 여러 목격자의 진술을 종합해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대방의 몸 위에 올라타 움직임을 제압한 상태에서 양손으로 목을 조르는 행위는 호흡곤란이나 의식 상실은 물론 중대한 신체 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공격행위"라며 "학생 간 다툼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현저히 넘어선 유형력 행사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같은 해 11월 발생한 폭행에 대해서도 "피해 학생의 의사와 관계없이 갑자기 들어 바닥에 넘어뜨린 행위는 놀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신체 접촉으로 보기 어렵다"며 학교폭력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학폭위가 내린 '조치 없음(학교폭력 아님)' 결정은 사실관계를 오인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이를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당사자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목격자 진술과 사건 당시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실관계를 충실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산교육지원청은 당시 본지 취재에서 "학교폭력 여부는 학폭위 심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며,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로 피해 학생 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목격자 조사 미흡과 사실관계 판단 문제도 법원에서 상당 부분 인정받게 되면서, 향후 학교폭력 심의 과정에서 증거조사와 사실인정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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