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전남 국립의대 향한 30년 기다림…대학·지역 갈등에 시민 피로감↑
  • 김영신 기자
  • 입력: 2026.07.14 16:53 / 수정: 2026.07.14 16:53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시민건강권'
30여년 기다린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이 대학 및 지역 간 갈등으로 결론이 나지 않자 시민들은 허탈감과 함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30여년 기다린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이 대학 및 지역 간 갈등으로 결론이 나지 않자 시민들은 허탈감과 함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 논의가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30년 가까이 전남도민이 기다려 온 국립의대 설립. 정부가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국립의대를 신설하고 2030년 개교 방침을 밝히면서 숙원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대학 간, 지역 간 갈등으로 번졌고 시민들은 또다시 기다림과 실망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전제로 국립의대를 추진하는 방식이 처음 제시됐을 때부터 '두 대학이 과연 쉽게 한 배를 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구성원, 지역의 자존심이 담긴 공간이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역시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반 시설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다른 두 대학에 통합이라는 해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너무 낙관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는 목포에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순천에는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우선 설립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목포대는 이를 수용했지만 순천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순천대도 나름의 명분은 있다. 의과대학과 대학본부가 한쪽으로 집중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목포 역시 마찬가지다. 30년 동안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의과대학 없는 대학병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논리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양쪽 모두 명분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양측이 명분을 이야기하는 사이, 정작 가장 절실했던 시민들의 건강권은 뒤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주민들이 바랐던 것은 어느 대학의 승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누가 의대를 가져가느냐보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 중증환자가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 아이들이 더 나은 의료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국립의대는 정치적 성과도, 지역 간 경쟁의 전리품도 아니다.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공공의료 정책이다. 그런데 지금 논의는 시민의 건강권보다 대학의 이해관계와 지역의 자존심이 앞서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그 결과 시민들에게 남은 것은 기대가 아니라 실망감과 피로감뿐이다. 30년을 기다렸는데도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같은 논쟁을 반복하는 현실에 허탈함마저 커지고 있다.

정치권도 자유롭지 않다. 국립의대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갈등이 현실이 되고 사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지금, 누구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국립의대는 대학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다.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학교든 정치권이든 지자체든,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은 시민의 생명과 건강권이다. 그 어떤 명분도 이보다 앞설 수는 없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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