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홍해 사태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장기화로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이 구조적 재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8일 발간한 특집보고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가 컨테이너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는 홍해 사태 이후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이 기존 효율성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시장은 그동안 수에즈운하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홍해 지역의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선사들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우회 항로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항 거리가 길어지고 선박 운영 효율이 낮아졌으며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까지 겹치면서 기존 해운 운영 체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홍해 사태 이후 항로별 운임 흐름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운임 역시 선복 공급뿐 아니라 우회 운항과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존 수요·공급 중심 분석만으로는 시장 변화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선사들의 대응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선사인 MSC(스위스·MSC 지중해해운)는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수에즈운하와 희망봉 항로를 탄력적으로 선택하는 '경로 옵션성'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머스크(덴마크)와 하팍로이드(독일)의 컨테이너선 운항 동맹인 제미니(Gemini)는 대형 선박과 피더선을 연계하는 '허브 앤드 스포크' 체계를 통해 정시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기존 효율성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회복력을 중시하는 '탄력적 네트워크' 체계로 전환하는 사례로 평가됐다.
아울러 향후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주요 변수는 수에즈운하 정상화 여부와 희망봉 우회 운항에 투입된 선복의 시장 복귀 속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선사들의 단계적인 서비스 정상화와 감편, 선복 재배치 등 자발적인 공급 조절이 이뤄질 경우 시장 충격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앞으로 해운업계 경쟁력은 단순한 운항 효율성뿐 아니라 지정학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성과 유연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우 헤진공 해양산업정보센터장은 "글로벌 물류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정보 제공과 분석을 통해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