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멈춰버린 대전 농민수당, 예산 핑계는 이제 그만
  • 정예준 기자
  • 입력: 2026.06.29 14:45 / 수정: 2026.06.29 14:45
농업인 황선모 씨
농업인 황선모 씨 /황선모
농업인 황선모 씨 /황선모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 들녘에서 땀 흘리는 농민들의 손에는 호미 대신 볼펜이 들려 있다. 최근 대전 지역에서 서명서를 받고 다니는 농업인들의 '농민수당 지급 촉구 서명지' 위로 대전 농민들의 간절한 서명이 빼곡히 쌓여가고 있다. "울산, 광주도 주는 농민수당을 왜 대전만 주지 않습니까?", "우리 대전 농민의 권익은 왜 항상 타 시·도에 비해 뒤처져야 합니까?" 서명지에 담긴 농민들의 통탄 섞인 목소리는 작금의 대전 농정(農政)이 마주한 뼈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농업은 단순히 작물을 키워 파는 1차 산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줄인 식량을 담보하는 핵심 기반 산업이자, 환경 보전과 농촌 유지라는 막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의 생존 기반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폭우, 농산물 가격의 극심한 불안정 속에서도 대전의 농민들은 묵묵히 이 땅과 식량 주권을 지켜왔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씻을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뿐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과 대전을 제외한 모든 광역지자체는 이미 농민수당(공익수당)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웃 충남은 연 80만 원, 울산과 광주 등 타 광역시 역시 연 60만 원 상당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며 농민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지난해인 2025년 3월 관련 지원 조례를 개정하며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고도 재정 여건과 예산 우선순위를 이유로 1년이 넘도록 실제 지급을 미루고 있다. 급기야 참다못한 농민들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타 지역 농민들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를 대전 농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는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요구다. 서명서에 명시된 대로 대전 농민에게 연 80만 원 이상의 농민수당을 조속히 지급하고 지급 대상을 실제 농업 종사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반짝 일회성 예산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농민수당은 단순한 복지 현금 지원이 아니다. 농가 소득 안정을 통해 무너져가는 농촌 공동체의 기반을 유지하고, 지급된 수당이 지역 안에서 소비되면서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의 마중물이다. 대전 농민의 정직한 땀방울이 합당한 가치로 인정받을 때, 대전의 농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제 대전광역시와 대전광역시의회는 농민들의 간절한 서명 명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예산 타령만 하며 차일피일 미루는 행정은 현장 농민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대전 농민의 권익 향상과 농촌의 미래를 위해 대전형 농민수당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 현장의 농민들이 당당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권리, 이제는 대전시가 응답할 차례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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