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광주=최치봉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RE100 최적 요건을 갖춘 호남을 최종 공장 후보지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와 용수 확보 용이성뿐만 아니라 국제적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해당 기업들이 정부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투자를 결정할 때 실제로 향후 'RE100 실현'에도 무게를 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RE100이 뭐길래 국내 대기업들이 줄줄이 글로벌 RE100클럽에 가입하고 있을까.
지난 20대 대선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으나 윤 후보가 RE100이 무엇이냐고 되물으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RE100은 신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칭이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 전기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국제 캠페인으로 지난 2014년 시작됐다.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 에너지 등이 포함되지만 원자력은 제외된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민간 신재생에너지 사용 캠페인이다. 그런 만큼 강제성은 없으나 유럽연합(EU)과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 등은 납품업체의 RE100 참여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추세다. 탄소중립을 위배한 제품에는 탄소국경세를 물리거나 납품선을 변경해 발주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들어갔다.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된다.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60~90유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철강 1t을 생산하는데 3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탄소배출 가격이 70유로라면 배출권은 210유로에 이른다. 제품 생산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향후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분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의 '청정경쟁법'은 수차례 의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BMW·폭스바겐과 글로벌 반도체, 배터리기업들도 해외 공급망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따지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수출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삼성전자와 SK그룹 계열사 등의 해외 생산 기지는 대부분 RE100 조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장은 대부분 원자력 또는 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SK그룹 계열사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이 RE100에 줄줄이 가입했다. 국내 제품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 또는 가공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조달 또는 공급망에서 불이익이 예상된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진출은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거란 추측이다.
전남도는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30%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1위다. 태양광은 7억8600만 KW로 전국의 23%, 신안·진도 등의 서남해안에는 2035년까지 원전 8기 규모인 8.2GW급 해상풍력단지도 조성된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제11차전력수급계획(2024~2038년)을 보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기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72GW로 확대하고, 2038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만 115.5GW까지 늘린다.
탄소국경세 등을 충족하고도 남을 만한 충분한 전력 공급량이다. 야권 등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대형 반도체기업들의 호남행을 정부가 손목 비틀어 강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호남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선동적 언사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바보인가. 정부가 쥐어짠다고 이익이나 미래 가치 없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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