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공주=김형중·노경완 기자] 민선9기 충남도정을 이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마련한 공주·부여·청양지역 '도민과 통하는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지천댐, 초고압 송전선로, 청년정책, 농촌 소멸 등 충남의 민감한 현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23일 공주 고마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최원철 공주시장·이용우 부여군수·김홍열 청양군수 당선인을 비롯해 공주·부여·청양 충남도의원 당선인과 공주시의원·부여군의원·청양군의원 당선인, 각 시군 노인회장,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박 당선인의 정치 철학인 '참여와 소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던 지천댐 문제와 국가 전력망 구축을 둘러싼 송전선로 갈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며 향후 도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지천댐, 도지사가 아니라 주민이 결정해야"
가장 뜨거운 현안은 단연 지천댐이었다.
박 당선인은 "저는 지천댐 건설 반대 입장을 밝혀왔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개인 신념보다 주민의 집단적 판단이 우선"이라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100%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의 운명을 좌우할 이슈나 결정을 도지사나 군수가 내려서는 안 된다"며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주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지천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충남에서 발생할 각종 갈등 현안을 해결하는 '충남형 공론화 모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청양과 부여 지역 주민들은 2년 넘게 찬반으로 갈라져 갈등을 겪어왔다. 박 당선인은 공론화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거듭 강조하며 행정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용인만 위한 송전선로 안 된다"
초고압 송전선로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선명한 입장을 내놨다.
박 당선인은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한다"며 "한전과 직접 만나 계획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해 충남과 전북을 관통하는 송전망 계획을 겨냥해 "지역 주민의 희생을 전제로 수도권 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AI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도 인정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 일방적 반대보다는 '주민 피해 최소화'에 무게를 둔 현실론을 선택한 셈이다.
◇"청양은 하수도, 부여는 철도, 공주는 백제"
공주·부여·청양 3개 시군의 발전 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홍열 당선인이 재정 열악성을 호소하자 박 당선인은 청양의 핵심 과제로 하수도 보급률 개선을 꼽았다.

현재 58% 수준인 청양군 하수도 보급률을 임기 내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귀농귀촌 인구가 정착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열악한 생활 인프라를 지목하며 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용우 당선인이 요청한 충청산업문화철도 건설에 대해서는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부여에는 국가역사문화권진흥원 유치를, 공주에는 백제왕도 추진단 설치를 통해 백제권 공동 발전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백제문화권을 단순한 역사유산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에게 예산보다 '권한' 주겠다
청년정책에 대한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부여의 청년 활동가가 "청년정책이 보조금 사업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자, 박 당선인은 "도지사 직속 청년정책보좌관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정책을 행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직접 설계하도록 하겠다"며 내년 하반기 대규모 청년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의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지사실 CCTV 설치하겠다"
이날 박 당선인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대목은 취임 후 첫 업무지시 계획이었다.
그는 취임 첫날 △태극기 달기 운동 △노인·보훈단체 예우 강화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담은 업무지시 1호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지사실을 '수족관 도지사실'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도지사 집무실에 24시간 CCTV를 설치하고, 모든 면담과 회의를 기록하며, 집무실 벽을 유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도정에 대한 신뢰는 투명성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협치 강조했지만 검증은 이제 시작
이날 타운홀미팅은 박 당선인이 강조해 온 '도민 참여형 도정'의 출발점이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인 최원철 공주시장, 이용우 부여군수, 김홍열 청양군수와의 협력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당보다 주민의 선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천댐과 송전선로, 농촌 소멸 대응, 청년정책 등은 모두 예산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난제들이다.
취임 전 타운홀미팅에서는 박수를 받았지만 실제 행정 현장에서 공론화와 협치가 얼마나 작동할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충남도정의 방향타를 잡은 박 당선인이 내세운 '소통'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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