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20억 원 들인 포항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비도 안 오는데 '풍덩'
  • 박진홍 기자
  • 입력: 2026.06.08 11:32 / 수정: 2026.06.08 11:32
늘어진 공기로 5년간 소음·교통 불편 이어 '부실 공사' 논란
주민들, 물막이 벽 위로 '외나무다리 곡예'…안전사고 우려도
지난 4일 오후 물에 침수된 포항시 북구 중앙동복지행정센터 앞 교량 아래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7m 구간. /박진홍 기자
지난 4일 오후 물에 침수된 포항시 북구 중앙동복지행정센터 앞 교량 아래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7m 구간. /박진홍 기자

[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경북 포항시의 학산생태하천이 혈세 420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으나 완공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산책로 곳곳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학산생태하천은 포항시 북구 동빈내항 동빈문화창고1969 앞에서부터 롯데백화점 포항점 뒤편을 거쳐 우현도시숲까지 이어지는 0.9km 구간이다.

포항시가 지난 2020년 11월부터 4차선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생태하천과 산책로, 분수 등을 조성했다.

당초 계획보다 공사 기간이 2년 6개월이나 늘어지면서 주민들은 5년 동안 소음과 교통 불편을 감내해야 했고, 공사비 역시 증액을 거듭해 결국 420억여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오랜 공사 끝에 주민들에게 나타난 것은 황당하게도 '침수 산책로'였다.

지난 7일 찾은 포항시 코끼리부동산 앞 교량 아래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20m 구간은 나흘째 물에 잠겨 있었다. /박진홍 기자
지난 7일 찾은 포항시 코끼리부동산 앞 교량 아래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20m 구간은 나흘째 물에 잠겨 있었다. /박진홍 기자

지난 4일과 7일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학산생태하천 현장의 △동빈문화창고1969 앞 교량 아래 30m 구간 △코끼리부동산 앞 교량 아래 20m 구간 △중앙동복지행정센터 앞 교량 아래 7m 구간 등 총 3곳의 산책로는 침수돼 있었다.

최근 며칠간 포항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물에 잠긴 산책로 바닥을 확인해 보니, 바로 옆 생태하천의 수면보다 오히려 10cm가량 낮았다.

벽면에 설치된 배수구는 제 기능을 못 하는 듯했고, 코끼리부동산 앞 교량 아래에는 임시방편으로 대형 발판 20여 개를 징검다리처럼 깔아놓아, 이곳이 오래전부터 상습 침수 구역임을 알려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지난 7일 찾은 포항시 코끼리부동산 앞 교량 아래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20m 구간은 나흘째 물에 잠겨 있었다. /박진홍 기자
지난 7일 찾은 포항시 코끼리부동산 앞 교량 아래 학산생태하천 산책로 20m 구간은 나흘째 물에 잠겨 있었다. /박진홍 기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즐기려던 롯데백화점 인근 주민들은 갑자기 나타난 침수 구간에 발길을 돌리거나 다리 위로 다시 올라가는 불편을 겪었다.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일부 주민들은 끊어진 산책로를 지나가기 위해 생태하천과 산책로 사이에 설치된 높이 50cm, 폭 40cm 남짓한 시멘트 물막이 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녔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하천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학산동 주민 김모(61) 씨는 "무려 5년 동안 공사 소음과 교통 불편을 참았는데, 이제는 비도 안 오는 날 산책로가 잠겨 걷지도 못한다"며 "수백억 원의 세금을 들이고도 엉터리 공사를 한 것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은 "벽면과 바닥에서 물이 스며들어 침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조만간 물 펌프를 설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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