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완도=최치봉 기자] 소방관 2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가 고질적 안전불감증과 작업 관행이 빚어낸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전남 완도경찰서는 업무상 실화 혐의로 중국인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전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가공업체 냉동창고 바닥 페인트(에폭시) 제거 작업을 하면서 토치를 사용하다가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해당 업체 근무 경력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인화성 유증기 발생 위험이 높은 밀폐된 공간에서 비숙련 노동자가 화기를 이용한 작업을 도맡아 하다가 실수로 빚어진 참극이란 지적이다.
특히 화재 현장은 밀폐된 구조에다 가연성 내장재, 초기 화재 제어 설비 부족 등 문제가 겹쳐 불이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냉동창고는 또 천장과 벽면에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을 바르고 그 위에 패널로 마감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알려졌다. 순간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초기 진입 당시 연기나 화염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내부에 쌓인 유증기가 한순간에 폭발하며 화염이 분출되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했다. 밀폐된 냉동창고가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가스통으로 변해 있던 셈이다.
보수공사 업체 대표인 60대 남성 B씨도 작업 도중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작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사람이 미숙련 노동자에게 작업을 맡긴 데다 화기를 사용할 때 2인 1조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체류자 고용과 체계적인 안전교육 부족, 감독 소홀 등 총체적 부실관리가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성이 큰 상황에서 이런 작업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어졌고, 기본적인 안전관리도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화기 사용이 명시적으로 금지된 작업이 아니더라도 위험성 평가와 작업 허가, 화재 감시자 배치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소규모 작업장일수록 이런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이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 작업 관리인인 B씨도 A씨와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