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에너지 위기 대응 '발동동'…일선 공직자들은 '나 몰라라'
  • 양규원 기자
  • 입력: 2026.04.01 12:03 / 수정: 2026.04.01 12:03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 시행에도 일부는 '버젓이' 배짱 운행
지자체도 사실상 지도·감독 손 놔…대상 차량 현황 조차 파악 못해
정부의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 시행 6일째인 지난달 30일 한 기초자치단체 주차장에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운휴 대상 차량인 6번으로 끝나는 번호판을 부착한 승용차 3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양규원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 시행 6일째인 지난달 30일 한 기초자치단체 주차장에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운휴 대상 차량인 6번으로 끝나는 번호판을 부착한 승용차 3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양규원 기자

[더팩트ㅣ고양=양규원 기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 지면서 정부가 강도 높은 대응책으로 꺼낸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가 시행됐지만 정작 경기도 내 일선 기초자치단체 공직자들 중 상당수는 운행 제한 요일에도 버젓이 차량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5부제 시행 기간 동안 이 같은 행위를 지도·감독해야 할 지차체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정부의 위기 의식에 전혀 발을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석유 및 가스 수급 안정을 위해 기존 시행 중인 공공기관의 승용차량 5부제(요일제)를 지난달 25일 0시부터 더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대상은 공공기관 공용 및 공직자의 10인승 이하 승용차로, 렌트카 등 임대 차량도 승용차인 경우 5부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장애인 사용 자동차, 임산부 동승 차량, 대중교통 열악 및 장거리 출퇴근 차량 등 불가피한 경우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5부제 시행 6일째인 지난달 30일 A 지자체 주차장에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운휴 대상 차량인 1·6번으로 끝나는 승용차 상당수가 드나들거나 주차돼 있었다.

화요일인 지난달 31일 출근 시간대 B 지자체의 주차장으로도 2·7번으로 끝나는 승용차가 아무런 제재나 단속없이 입차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출입구에 관리 인력을 배치해 출입차단기를 통해 자동 적발을 하거나 관리자가 육안으로 번호판을 확인하는 등 출입 통제를 실시하고 민원인인 경우 일단 통과시킨 뒤 공직자인지 여부를 별로로 확인해야 하지만 관리 인력도, 별도 확인 절차도 전무했다.

그나마 출입차단기가 설치된 청사 내 주차장은 입·출차 기록이 남는다는 점 때문에 운휴 대상 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으나 청사 외부에 위치한 지자체의 별관, 사업소, 농업기술센터, 행정복지센터 등은 대부분 차단시설 자체가 없다는 점 때문에 5부제 시행 이전과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실제 A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 주차장에는 지난달 30일 월요일 운행이 금지된 끝자리 1·6번 번호판의 승용차들이 거리낌없이 주차돼 있어 에너지 대란 우려에 전전긍긍하는 정부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민원인이 수시로 찾는 공공기관도 아닌데다 당시 별다른 민간인 대상 행사가 진행된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주차돼 있던 운휴 대상 승용차 대부분은 공직자들이 운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현재까지도 대부분 지자체들이 5부제 대상 차량 및 제외 차량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에너지 수급 불안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다급한 행보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우려한 운휴 대상 승용차의 청사 인근 주차도 실제 벌어지고 있었다. 5부제 시행 의도가 차량 자체의 운행을 줄이자는 것임도 일부 공직자들은 차량 운행 기록만 남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로 정부 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공직자는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지침이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운휴 대상 승용차라는 것도 몰랐다"면서 "무슨 일이 터지면 매번 공직자들만 불이익을 받는 것 같아 썩 내키진 않지만 정부 지침이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따라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에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행 전날 다급하게 지침 공문이 내려오면서 준비가 안된 상태로 5부제를 시행하게 됐지만 곧장 직원 게시판에 공지하고 매일 방송을 통해 5부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면서 "인력 문제 등으로 단속과 같은 지도·감독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지만 평소에 비해 주차공간에 여유가 생긴 것으로 봐서 공직자들이 스스로 잘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대상 차량에 대한 현황 파악도 진행하고 있으며 입·출차 지도, 청사 내·외부 주차 차량 수시 점검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며 "정부 지침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로 다소 늦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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