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과거 안기부 근무 시절 고문에 관여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특정 언론사에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관련한 충격적인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최근 지역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른바 '핵폭탄급' 의혹이지만, 16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1년 3월 23일 저녁 경북 포항시 대이동 ㅇ회타운에서 가진 저녁 시간 술자리였다.
당시 그 자리에는 모 인터넷신문 지역본부장 A 씨와 전직 경북도 정무직 고위공무원 B 씨, 당시 경북도 정무실장 C 씨가 동석했다.
해당 술자리에서 A 씨가 "과거 안기부가 포항공단 노동자를 발가벗겨 통닭구이 고문을 했다"거나 "도지사님이 다음 선거를 위해 이를 덮고 갈 필요가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 내용은 누군가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경북도가 이 문제에 대한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인터넷신문 주최 드론축구대회에 수천만 원대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 최근에는 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지난 1980년대 후반 안기부 포항분소에 근무했던 이 지사가 마치 고문 사건에 깊이 관련된 것처럼 대중들에게 비쳤다.
하지만 <더팩트>의 취재 과정에서 경북도의 인터넷신문사 보조금 특혜 의혹에 대한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인터넷신문사의 드론축구대회 보조금 5400만 원은 경북도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포항시가 먼저 사업을 확정한 후 경북도에 예산을 신청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도 예산실 실무 담당자 D 씨는 문제의 술자리보다 한 달 앞선 2021년 2월에 이미 포항시의 사업 제안을 받고 내부적으로는 확정을 지었다고 밝혔다.
D 씨는 "당시 드론택배와 드론택시 등 드론 관련 각종 사업이 미래형 신사업으로 부각될 때였다"면서 "드론축구는 당연히 해야 하는 사업으로 모두가 판단했다"고 수사기관 등에서 진술했다.
이후 D 씨는 인터넷신문사에 대한 특혜 혐의로 경찰에 3차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4년간 집중 수사를 받았으나 아직 혐의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D 씨는 법정에서 "위에서 특혜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항시에서 올라온 사업을 검토해 오히려 애초 요청액인 1억 3500만 원에서 8100만 원을 삭감한 후 지원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 지사가 고문에 관여된 듯한 녹취록 내용 또한 본지 취재에 응한 전직 안기부 직원의 증언과는 차이가 컸다.
지난 1988년 당시 이 지사는 포항철강공단 담당 정보수집 요원이자 입사 3년 차인 말단 직원에 불과해 업무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질 않았다.
특히 전직 안기부 관계자는 "이 지사는 수사가 아닌 정보수집 부서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고문 관여설'은 구조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5년 전 술자리 녹취록이 수면 위로 부상했을까.
지역 정가에서는 술자리 당시 동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한 파일을 선거철을 앞두고 어떤 목적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술자리 대화가 담긴 녹취록은 먼저 과거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던 C 씨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경찰이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녹취록은 수사기관이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술자리에서 A 씨나 B 씨가 따로 녹음한 녹취록이 이번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 관사를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년째 수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혐의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철우 지사는 이번 사태를 "술자리 소설을 짜맞춘 황당한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
이미 사법부에서 허위로 판명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도청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이번 녹취록 유출을 '정치적 기획'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적 진영을 떠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공정의 가치"라며 "술자리에서 오고 간 잡담이 사회적 큰 스캔들로 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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