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선치영·정예준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주민투표 논란이 정치권의 정면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투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이 지역 행정통합 논의가 정치적 책임 논쟁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주민투표 촉구를 "정략적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며 포문을 열자, 국민의힘은 통합 법안의 내용과 추진 절차 전반을 문제 삼으면서 "시민 동의 없는 졸속 통합은 폭주"라고 강하게 맞섰다.
김민숙(비례)·방진영(유성 2)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은 10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강행 중인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촉구 결의안'은 시민의 뜻을 빙자한 정치 공세"라며 "소모적 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대전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대전시와 충청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 청취 건'이 원안 가결된 점을 거론하며 "당시 통합의 당위성에 동의해 찬성표를 던졌던 이들이 이제 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법안은 기존 통합 논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상적인 입법 절차"라며 "국회 심의 과정의 보완을 사유 변경으로 몰아가는 것은 입법 과정을 부정하는 억지"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주민투표의 법적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시민단체의 주민투표 청구를 '행정통합은 국가 사무로 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려한 상황에서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며 "법적 강제력도 없고 시간도 촉박한 결의안을 강행하는 것은 명분 없는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전시당과 충남도당, 대전·충남 시도의회 의장단은 같은 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추진되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시민 기대와 거리가 먼 졸속 추진"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우선 통합 법안의 재정 구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은권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은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친 '말뿐인 재정 지원'에 불과하다"며 "국가 재정 책임이 명확히 담기지 않은 통합은 결국 지방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 통합 논의와 비교해도 국가 재정 의무 조항과 권한 이양 수준에서 형평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권한 이양의 실효성 역시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중앙정부와의 협의라는 단서에 묶인 권한 이양은 실제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관 이전과 같은 핵심 사안에 대한 구체적 실행 장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통합'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질적인 변화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다른 특별자치도 사례를 들며 입법 방식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법 통과 이후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뒤따르지 못해 특별자치도라는 이름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대전·충남 역시 '선 통과 후 보완' 방식으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 절차의 정당성 문제도 부각했다. 국민의힘은 "행정통합은 행정구역 조정을 넘어 시민의 삶의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공론화와 설명, 설득 과정이 없었다"며 "주민투표와 같은 실질적 동의 절차 없이 속도전만 반복하는 방식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국회 입법공청회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여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조차 중앙정부의 분권 의지 부족과 허울뿐인 통합법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며 "공청회가 정책 검증이 아닌 정치 공방으로 끝난 것은 통합 추진 한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 일정에 맞춘 통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과 과감한 권한 이양을 전제로 한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끝으로 "최종 판단은 반드시 시민에게 물어야 한다"며 대전시와 대전시의회가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공식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 동의 없는 통합은 개혁이 아니라 강행이며, 정당성 없는 속도전은 통합이 아니라 폭주"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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