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17] 도서 지역 연결…주민 삶 설계하는 정책 기반으로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6.02.05 08:00 / 수정: 2026.02.05 08:00
섬-도시…하나의 연속 생활권으로 재구성해야
지역 위상 재정의, 지속가능한 정주 전략 필요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를 연결하는 영흥대교는 길이 1.25km의 왕복 2차선 다리다. /옹진군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를 연결하는 영흥대교는 길이 1.25km의 왕복 2차선 다리다. /옹진군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미국의 도시계획가인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는 "도시는 도로와 건물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 삶의 무대"라고 말했다. 기술적 산물로만 인식해 온 도시계획과 기반 시설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하는 지적이다. 길과 교량, 항로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미리 규정하는 공간적 결정이자 사회적 구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천 옹진군과 같은 도서 지역 생활공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옹진군은 7개 면으로 구성된 행정구역으로서 25개의 유인도와 75개의 무인도가 산재해 있는 확산형 공간 구조다. 같은 행정구역에 속해 있음에도 섬마다 접근성과 생활 여건, 이동의 리듬은 현저히 다르다. 옹진군의 도시·공간계획이 단일한 기준으로 수렴되기 어려운 이유 역시 이러한 공간적 복합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와 대청도는 옹진군 공간 구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지리적으로는 외곽에 놓여 있으나 안보·역사·생활의 측면에서 이들 섬은 결코 주변부라 할 수 없다. 도로와 항로, 공공시설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주와 공동체 유지 조건의 핵심 요소로 작동되고 있다.

반면 인천 영흥도는 옹진군 공간 구조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한다. 연도교로 육지와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영흥도로 이동하려면 경기도 시흥과 안산을 경유해야 하는 현실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에 속하지만 일상적인 이동 동선은 다른 광역권을 우회하도록 형성돼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연결 여부'만으로는 생활권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연도교가 놓였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연결이 어떤 급의 도로 체계와 결합해 작동하는가이다. 영흥도의 경우 지역 간 이동을 떠받치는 도로가 사실상 국가 간선도로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를 전제로 한 공간 인식과 장기적 계획은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도서 지역에서의 연결은 단순한 접근성 개선을 넘어 도시 체계 속에서 해당 지역의 위상을 재정의하게 된다. 국가 간선도로급 연결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것은 교통 수요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그 지역이 광역 생활권 안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공간적 판단의 문제다. 영흥도를 둘러싼 도로 연결의 문제는 옹진군 전체가 도시권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묻는 상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중서부에 위치한 아틀란틱 로드(Atlantic Road)는 여러 작은 섬과 암초를 8개의 다리와 둑길로 연결한 세계적 드라이브 코스다. /노르웨이 관광청
노르웨이 중서부에 위치한 아틀란틱 로드(Atlantic Road)는 여러 작은 섬과 암초를 8개의 다리와 둑길로 연결한 세계적 드라이브 코스다. /노르웨이 관광청

섬은 고립된 공간이 아닌 연결 방식에 따라 삶의 반경이 달라지는 무대다. 하나의 도로, 하나의 항로, 하나의 교량은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구조를 바꾸고, 생활권의 범위를 재정의하며, 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변화시킨다. 섬을 잇는다는 것은 이동의 편의뿐만 아니라 생활과 관련된 공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특히 옹진 북도면 일대는 이러한 변화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영종도에서 신도·시도·모도·장봉도로 이어지는 섬들은 행정구역상 하나의 면에 속해 있지만, 교통 인프라의 연결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생활권으로 분절되어 왔다.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교량과 도로, 해상교통 정책은 개별 사업의 집합이라기보다 북도면 전체의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최근 추진 중인 영종~신도 '평화대교'는 북도면을 육상 교통망과 직접 연결한다. 공간 구조의 중대한 전환점을 형성하면서 단순한 이동 시간 단축을 넘어 섬과 섬, 섬과 도시를 하나의 연속된 생활권으로 재구성하는 전환점이 된다. 북도면 장봉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연도교 사업은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구체적인 기반 시설 계획이다. 해당 연도교는 평화대교 개통 이후 형성될 새로운 육상 교통축과 연계돼 장봉도가 교량 중심의 공간 구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연결 이후 공간 설계다. 도로와 교량이 놓인 뒤 보행 환경과 공공 공간, 근린시설 접근 동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그 연결은 일상의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장벽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여성, 노인, 아동과 같이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회적 약자의 경험은 기반 시설이 의도된 데로 '작동하는지'를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해외의 군도 지역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군도 지역은 모든 섬을 동일한 기준으로 개발하지 않는다. 상시 거주가 유지돼야 하는 섬, 연계 생활권을 형성하는 섬, 보전과 방문 중심의 섬을 구분해 기반 시설의 성격과 수준을 달리 설정한다. 이곳에서의 연결은 성장 논리를 벗어나 정주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으로 기능한다.

멈퍼드는 "우리가 만드는 도시는 결국 우리 자신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옹진군에서 추진되는 교량과 도로, 항로 정책 역시 개별 사업의 성과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도서 지역 삶에 관한 질문의 연속'이다. 옹진군의 기반 시설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구조물만이 아니다. 섬과 섬 사이에서 주민들의 삶을 이어주는 연결핀이자 생명줄이다.

글=한연동 옹진군 건설교통국·도시계획학 박사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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