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광주·전남 행정통합 도민공청회에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학생이 과거 대학 통합 이후 지역이 겪은 쇠퇴 경험을 근거로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를 향해 행정통합 추진 방식과 도정 책임을 문제 삼았다.
지난 27일 여수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도민공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남대 여수캠퍼스 지역발전 동아리 회장 차원빈 학생(23)은 "도지사가 여수캠퍼스를 '분교'로 표현한 것은 2000여 명 재학생을 폄하한 발언"이라며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차 학생은 "여수대와 전남대의 행정·교육 통합 이후 여수캠퍼스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며 "통합 당시 약 5000명에 달하던 학생 수는 현재 2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대학 상권과 지역 공동체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라남도는 지난 수년간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유치 논의 과정에서 순천대와 목포대 중심의 구도만 반복해 왔고, 여수캠퍼스는 사실상 논의 대상에서 밀려나 있었다"며 "통합은 상생이라고 말하지만, 여수가 경험한 것은 흡수와 소멸이었다"고 말했다.
차 학생은 또 "광주·전남 행정통합 이전에 여수캠퍼스 정상화와 의과대학·전문병원 설치 등 실질적인 회복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또 다른 상처가 될 뿐"이라며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통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차 학생의 발언이 끝나자 공청회장에서는 예정에 없던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과거 통합의 경험이 여전히 현재형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여수캠퍼스를 분교로 표현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사과했지만,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 정책은 도지사 단독 권한의 한계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지사는 "여수캠퍼스 위축 문제를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며 "향후 통합 과정에서 여수캠퍼스가 해양·수산·섬 정책 등 지역 특성을 살린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청회 현장과 지역사회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전남도는 그동안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도정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의대 유치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목포대·순천대 통합을 의대 설립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해 직접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도는 두 국립대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의과대학 설립을 목표로 정부와의 협의, 지역 정치권과의 공조, 관련 계획 수립을 공개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런 행정 흐름을 감안하면, 도지사가 이제 와서 "권한이 없다"고 밝힌 것은 스스로 주도해 온 도정 과제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중앙정부 승인이라는 절차적 한계는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 유치를 도정 성과로 내세워 온 도지사가 책임 있는 설명 대신 권한을 이유로 물러서는 모습은 도정 신뢰를 흔드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학생이 묻고 있는 것은 의대 설립의 최종 권한이 아니라, 왜 그 과정에서 여수는 늘 배제돼 왔느냐는 문제"라며 "이에 대한 답변 없이 '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 회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공청회장을 찾은 일부 시민과 학생들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나 일정 없이 '통합 이후'를 전제로 한 설명만 반복되고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공청회 이후 차 학생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통합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과거 통합의 결과에 대한 성찰 없이 또 다른 통합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수캠퍼스 정상화나 의료 인프라 확충처럼 지역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법과 제도에 명확히 담기지 않는다면, 통합 논의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상생이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여수가 겪어온 소외와 공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de32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