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대구시 공무원들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을 지켜보면서 통합 후 근무지, 인사 등의 문제로 불안감을 느끼거나 급속한 추진 속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구시청 무기명토론방과 일부 커뮤니티 등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두고 100건 넘는 댓글이 붙는가 하면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까지 등장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무기명토론방에는 통합청사 소재지 갈등으로 인해 행정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글이 많았고 행정 효율성, 방향성 등을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공무원 A 씨는 "(대구시·경북도가 추진하는 통합청사 소재지, 공무원 인사 등에 대해) 선 통합 후 의견 수렴은 집단 민원 및 공무원 불신만 초래할 것"이라고 썼다.
공무원 B 씨는 "대구·경북 통합 후 통합청사 소재지가 중요한 데 경북은 북부권 개발을 앞세우며 안동을 통합청사 소재지로 선호할 것이며 대구는 인구 밀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입지로 타당하다고 주장할 것임. 이런 문제에 대해 시도민의 이해를 먼저 구한 후 통합하는 것이 순리에 맞지 않을까"라고 했다.
공무원 C 씨는 "현 안동 도청 자리를 누가 포기하려 하겠으며 대구시 입장에선 굳이 경북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고 했고, 공무원 D 씨는 "행정통합은 어려울 것이다. 통합청사 갈등 사실상 해결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E 씨는 "행정이라는 게 규모가 커진다고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도 꼭 아니다. 비대해졌을 때 어찌 효율성을 낼지, 소외되거나 낭비되는 부분보다 편익이 더 큰지 이런 고민도 없이 통합이 되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적었다.
공무원 F 씨는 "조삼모사 지원금 약속에 속아서 행정통합의 본질이 퇴색되는 것 같다.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에 통합이 가능하냐는 문제가 아니라 이 방식이 맞느냐가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방향성을 지적했다.
통합 후 근무지, 인사 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공무원 G 씨는 "근무지 옮기기 싫다. 이런 큰 일을 충분한 검토도 없이 대충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맞나? 이럴 거면 공무원 이직 안 했다. 여러모로 최악"이라고 썼다.
공무원 H 씨는 "경북에서 근무하려고 대구시로 시험친 거 아니다. 구·군 직원들이 (시청 직원들을) 불쌍하게 본다. 근무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무원 I 씨는 "생활권, 인구 구성, 지역 감정 싹 다 다른데 통합한다는 거 다 정치인들 놀음이고 직원들은 그냥 끌려갈 뿐"이라고 했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김 시장 권한대행을 두고 '권한 없는 권한대행 미친 칼춤 당장 멈춰야'라는 제목의 글이 나돌고 있다.
시청 공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글에는 "대구시로 입직한 공무원들은 이제 인사명령장 한 장에 울릉군이나 봉화군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가. 대구 경북에 있는 유사 공기업, 공기관, 유관 기관들은 통합하는 것인가, 통합청사, 통합의회 청사는 어디에 위치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권한도 없는 대행이 이렇게도 중차대한 문제를 왜 이토록 서두르는 것인가"라며 "행정안전부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이 문제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교체된다는 통보라도 받은 것인가. 아니면 통합자치단체에 생긴다는 차관급 부단체장 자리를 차지할 욕심인가"라고 비난했다.
이 글은 김정기 권한대행, 오준혁 기획조정실장, 정동화 광역협력담당관 등 행안부 출신 3명을 두고 "대구시의 미래와 시청 공무원들의 향후 장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가? 민주당과 행안부의 프락치인가? 이 중차대한 문제를 3인방의 밀실 결정으로 정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대구시 공무원들의 걱정과 불안감은 잘 알고 있다"며 "근무지와 인사 문제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합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0일 만나 전격적으로 행정통합에 합의하고 26일 추진단 발족, 28일 도의회 통과, 6월 지방선거 통합단체장 선출 등 숨 가쁜 일정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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