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경북 울릉군 인사 행정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원칙은 실종됐고, 기준은 흔들리며, 상식은 철저히 무시됐다. 인사 발령이 단 하루 만에 뒤집히고, 승진 서열을 무시한 무리한 인사가 인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를 단순한 행정 착오나 인사권자의 재량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지나치게 중대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146명에 달하는 인사 명단이 발표 하루 만에 수정된 이른바 '번복 인사'다. 특정 사무관이 인사 규정 위반 소지를 제기하자 군은 이를 인정하며 5명의 보직을 다시 조정했다. 인사가 사전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공직 인사가 개인의 문제 제기 한 번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현실은 울릉군 행정의 무책임과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에 깊은 허탈감과 냉소가 번졌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 동의 없는 인사 교류 강행, 전보 제한 기간(6개월) 무시 등 인사 행정의 기본 원칙조차 곳곳에서 훼손됐다. 특히 인사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행정직 사무관 승진 심사를 보류한 사건은 인사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승진 서열 1~3위를 제치고, 객관적 근거도 없이 4위 후보자를 승진시키려다 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이는 성실히 근무해온 공무원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행위이자, 조직의 신뢰와 사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다.
특정 팀원 전원을 한꺼번에 교체해 업무 연속성을 끊어버린 대목에 이르면, 이번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니라 '망사(亡事)'라는 비판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민선8기 출범 이후 반복돼 온 늑장 인사와 핵심 보직의 장기 공백은 이미 군정의 추진력을 약화시켜 왔다. 여기에 예측 불가능하고 편향적인 인사까지 더해졌으니, 어느 공무원이 조직을 신뢰하고 주민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인사권은 군수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법과 절차, 그리고 상식이라는 최소한의 울타리 안에서 행사될 때만 정당성을 갖는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은 인사는 곧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울릉군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울릉군 인사권자는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왜 인사 발령이 하루 만에 번복됐는지, 왜 상식을 벗어난 승진 인사가 시도됐는지 주민과 공직사회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무너진 인사 시스템을 바로잡을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성을 상실한 인사는 군정 실패로 직행하는 지름길임을, 지금이라도 뼈아프게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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