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사과의 도시' 영주, 교육에서 경쟁력 찾다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5.12.23 12:21 / 수정: 2025.12.23 12:21
인력 양성에서 산업 체질 개선까지… 영주 사과, 전환점 서다
맛과 생산량이 전국에서 으뜸가는 영주사과 /더팩트 DB
맛과 생산량이 전국에서 으뜸가는 영주사과 /더팩트 DB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기후 변화와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과 산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상 고온과 병해충 확산,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농업인 고령화까지 겹친 현실은 '관행대로 버티는 농업'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주시가 선택한 해법은 분명하다. 시설도, 면적도 아닌 '사람'에 투자하는 길이다.

최근 영주시가 1년간 장기 교육을 통해 74명의 사과 전문 인력을 배출한 것은 단순한 교육 성과를 넘어, 지역 사과 산업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다.

영주사과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남인사마당에서 열린 제1회 진상(進上) 축제에 참가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영주시
영주사과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남인사마당에서 열린 '제1회 진상(進上) 축제'에 참가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영주시

사과밀식과정과 애플스쿨과정을 이원화해 입문자와 숙련 농업인을 동시에 육성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사과 산업을 '누구나 하는 농사'가 아니라, 전문성과 기술을 갖춘 산업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과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할 수 없다. 기후 리스크가 상수가 된 지금, 데이터 기반 생육 관리, 수형 표준화, 노동력 절감형 밀식 재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이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영주시가 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인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교육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8년 개설된 농업인대학을 통해 18기째 전문 인력을 꾸준히 배출해 온 영주시의 행보는 단기 성과보다 산업의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장기 전략으로 읽힌다. 이는 예산을 쏟아붓는 시설 중심 농정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비교적 '느리지만 옳은 선택'이다.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 영주에서 생산되는 국산사과 아리수가 해외시장에 진출한다. /영주시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 영주에서 생산되는 국산사과 아리수가 해외시장에 진출한다. /영주시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교육을 받은 인력이 현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고 그 성과가 지역 전체로 확산되도록 하는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수료생들이 선도 농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 컨설팅, 유통·브랜드 연계, 청년 농업인과의 연결 구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결국 정착과 성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영주시의 선택은 분명 옳다. 사과 산업의 위기는 시설이 낡아서가 아니라, 변화를 이끌 사람이 부족해서 찾아왔다. 사과의 품질은 나무에서 시작되지만, 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완성된다. "사과는 사람이다"라는 명제가 현장에서 증명될 수 있을지, 영주시의 이 선택이 지역 농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기대한다.

중앙고속도로 영주시 봉현교차로에 설치된 대형 영주사과 홍보 조형물. /영주시
중앙고속도로 영주시 봉현교차로에 설치된 대형 영주사과 홍보 조형물. /영주시


tk@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