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전남 여수상공회의소는 석유화학산업 장기 침체와 지역 경제 구조 전환의 기로에 선 여수 산업의 현실을 공유하고,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지역 경제인들의 결의를 모으는 자리로 '제2회 여수경제인의 날' 행사를 열었다.
18일 여수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7일 소노캄여수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행사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주철현·조계원 국회의원, 정기명 여수시장, 백인숙 여수시의회 의장, 지역 기업인과 경제단체 관계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여수 국가산단을 둘러싼 위기의식과 산업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속에서 무게감 있는 분위기로 채워졌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석유화학산업의 위기와 관광산업 위축 등으로 여수 경제 전반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난 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정신은 여수 경제인들의 DNA에 새겨져 있다. 이제 그 저력을 다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과 경제인들이 힘을 모은다면 위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반드시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조계원 국회의원, 정기명 여수시장, 백인숙 여수시의회 의장도 축사를 통해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 행정과 정치권이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축사 이후에는 여수 국가산단 산업 전환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기여한 주철현 국회의원에게 여수 지역 상공인 명의의 감사패가 전달됐다. 감사패에는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으로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해 글로벌 공급망 불황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여수 국가산단 기업의 위기 극복과 산업 대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철현 의원은 "선출직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귀한 감사패를 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며 "한문선 회장님을 비롯해 여수 경제를 이끌어가는 지역 리더들을 위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정치 환경 속에서도 한 해 동안 현장을 지켜온 기업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정치의 역할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드러냈다. 그는 "정치가 기업을 더 편안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늘 송구스럽다"며 "국가 리더십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몇 년간 뼈아프게 경험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 위기와 관련해서는 구조적 원인을 짚었다. 주 의원은 "중국의 과잉 투자와 산유국의 직접 투자로 인한 위기는 이미 3~4년 전부터 예상됐지만 국가도, 기업도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통해 구조 재편과 행정·재정·금융 지원, 노동자 재취업 교육을 포함한 최소한의 제도적 틀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 그는 "전기요금 인하는 산업계 전체의 요구이지만 지방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의미 있는 전기요금 차등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이 전남으로, 여수로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혁신 사례로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언급하며 "고온가스로를 활용한 산업용 에너지 모델은 비용을 낮추고 탄소중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혁신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으면 기존 방식으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와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 대한 여수상공대상 시상도 진행됐다.
경영부문은 이현규 LG화학 주재임원, 지역사회공헌부문은 김종은 GS칼텍스 상무, 산업평화부문은 박준철 여수산단노동조합협의회 회장이 각각 수상했다. 특별공로상은 김경수 여수산단건설업협의회 회장이, 언론인상은 손준수 KBS 기자가 수상했다.
여수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여수 미래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도 함께 이어졌다. 혁신 아이디어상은 'IsleUp(섬과 지식, 흥을 끌어올린다)'이 선정됐으며, 굿 아이디어상은 여수산업단지 야경의 관광 상품화 전략과 스마트 해양 양식 플랫폼이 이름을 올렸다. 창의적 제안상은 'YEOSU BLUE MOMENT 프로젝트'와 'MARISPACE(Marine+Space) 여수'가 각각 수상했다.
정송 KAIST AI대학원장 겸 AI연구원장은 이날 특별 강연에서 "AI 기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지역 기업일수록 기술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는 유진오케스트라 어린이 합창단이 '아름다운 나라', '다 잘될 거야'를 공연하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kde32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