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특정 대학 체육시설에 '혈세' 집중…형평성·특혜성 논란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5.12.18 15:12 / 수정: 2025.12.18 15:12
경북전문대 캠퍼스 내 파크골프장에만 시비 18억 원 투입
대학 측 1억 원만 부담…시의회 내년도 지원금 9억 원 삭감
경북전문대 캠퍼스내 조성된 파크골프장. /김성권 기자
경북전문대 캠퍼스내 조성된 파크골프장.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시가 경북전문대학 캠퍼스 내 체육시설 조성에 잇따라 시비를 투입하면서 특정 대학에 대한 특혜성 예산 집행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 세금이 사실상 사학(私學) 교육 인프라 구축에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 체육계와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논란의 핵심은 경북전문대학 내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이다.

1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영주시는 해당 사업 조성비 10억 원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9억 원을 이미 지원했으며, 내년도 본예산안에 진입로 및 주차장 정비 명목으로 9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다만, 취재가 집중되자 영주시의회는 17일 내년도 지원금인 9억 원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영주시 계획대로라면 대학 캠퍼스 내 파크골프장 조성에만 총 18억 원의 시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대학 측 자부담은 1억 원에 불과해 재정 부담의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경북전문대학은 올해 파크골프학과를 신설했는데, 이들 두고 시가 시민 혈세로 대학의 실습장을 조성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역 체육인 B 씨는 "노후화로 몸살을 앓는 일반 시민 공공체육시설은 외면한 채, 특정 대학 시설에만 18억 원을 투입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정"이라며 "종목 간·시설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2024년 시비 3억 6000만원을 지원받아 조성된 경북전문대학 내 풋살장. /김성권기자
2024년 시비 3억 6000만원을 지원받아 조성된 경북전문대학 내 풋살장. /김성권기자

논란은 파크골프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주시는 지난해에도 '지역사회 공유형 캠퍼스 조성 사업'이란 명목으로 경북전문대학 체육시설에 수억 원의 시비를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총사업비 4억 원 가운데 시비 3억 6000만 원이 투입돼 풋살장 조성, 농구장 포장, 부대시설 개선 등이 이뤄졌다.

시는 '대학 체육시설을 개방해 지역민의 체력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시민 이용 실태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논란이 된 풋살장은 현재 민간 위탁 운영 중으로, 이용료는 1면 기준 2시간에 평일 2만 원, 주말 3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노후시설 환경 개선 사업이 추진된 농구장. /김성권 기자
노후시설 환경 개선 사업이 추진된 농구장. /김성권 기자

직장인 이모(49) 씨는 "시민 체력 증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이용률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시 예산으로 학교 재산 가치를 높여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다른 지역 체육인은 "청소년을 위한 문화·놀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데 성인 레저 시설에만 수십억 원을 투입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폴리텍Ⅵ대학 영주캠퍼스에 노후된 스텐드. /김성권 기자
한국폴리텍Ⅵ대학 영주캠퍼스에 노후된 스텐드. /김성권 기자

시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견제해야 할 영주시의회의 역할 부재 역시 도마에 올랐다.

시민 최모(53) 씨는 "다년간 특정 대학에 집중된 시설비 지원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시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영주시 이장협의회 관계자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한국폴리텍Ⅵ대학 영주캠퍼스 운동장은 스탠드와 테니스장이 노후돼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며 "매년 열리는 이·통·반장 화합 한마당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차례 개선을 건의했지만 시와 의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시의회 A 의원은 "주차장 예산 9억 원 편성의 과다 여부와 절차적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1차 지원이 집행된 이후여서 '사후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민 공감대와 충분한 검증 없이 대학 내 체육시설 투자가 연이어 추진되면서 영주시 예산 집행의 적절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폴리텍Ⅵ대학 영주캠퍼스 내 낡고 오래된 농구장(테니스장). /김성권 기자
한국폴리텍Ⅵ대학 영주캠퍼스 내 낡고 오래된 농구장(테니스장). /김성권 기자

tk@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