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공주=김형중 기자] 충남 공주시의회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내부 성찰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이범수 공주시의회 의원(국민의힘·나선거구)은 15일 열린 제2차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의회의 신뢰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워야 한다"며 조례·예산 심의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의회는 그동안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기관이라고 말해왔지만 시민들은 이제 '그렇다면 의회는 누가 견제하느냐'고 묻고 있다"며 "이 질문 앞에서 의회는 변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례 발의와 예산 심의가 시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행정·법·재정적 타당성을 갖춘 실질적인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의회 내부를 돌아보면 이러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국비·도비 지원 체계가 이미 마련된 사업임에도 시비를 중복 편성하거나, 재정의 우선순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조례 발의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농업·임업 분야 지원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지역 골목경제를 떠받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조례 발의 관행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조례는 발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 집행되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며 "집행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정치적 명분만 앞세워 조례를 먼저 만들고 실행이 어렵다고 하면 집행부를 비난하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단체에 연간 1억 3000만 원을 사실상 보장하려 했던 의원 발의 조례가 언론 보도 이후 상임위에서 보류된 바 있다"며 "상위법 검토와 집행부 협의가 부족했고 형평성과 중복 지원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의회가 특정 단체를 위한 조례를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민에게 줬다는 점"이라고 했다.
예산 심의 과정의 책임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3차 추경에서 도비 3000만 원에 시비 8억 원을 매칭한 총 8억 3000만 원 규모의 예산이 행정·재정적 타당성이 부족했음에도 삭감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공주시 '미식문화공간 조성사업' 부지 매입 예산 역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삭감하지 못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예산 심의는 시민의 세금을 지키는 과정"이라며 "삭감해야 할 예산을 눈치 보며 그대로 두는 순간, 의회는 견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회의 진짜 견제는 집행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예산 심의의 완성도를 스스로 높이는 데서 시작된다"며 "특정인의 이익과 얽혀 보일 수 있는 사업일수록 의회가 먼저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립보다 협력, 비판보다 대안을 통해 공주시가 더 단단하게 성장해야 한다"며 "의회와 집행부는 견제와 협력을 병행하는 수레의 두 바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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