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울릉도와 독도를 평생의 취재 현장으로 삼아온 경북매일신문 경북부 김두한 국장이 12일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1세.
1992년 1월 1일 경북매일신문에 입사한 고인은 33년 동안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며 수만 건의 기사를 통해 섬의 역사와 현실, 미래를 기록해 온 현장 기자였다.
울릉도 토박이로 태어나 평생을 울릉도 사람으로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울릉도 기자'로 불렀고, 실제로 울릉도·독도 문제에 있어 누구보다 집요하고 성실한 기록자였다.
고인은 일반적으로 분리돼 인식되는 '울릉도'와 '독도'를 하나의 개념인 '울릉독도'라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했다. 독도는 울릉도의 부속 섬이자 삶의 터전이며, 두 섬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기사와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올해에만 기자수첩과 기고문 형식으로 20여 편이 넘는 글을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취재와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울릉도 오징어, 이제는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야', '울릉도 저동항, 스파보다 중요한 건 어민의 땀', '울릉도 나리마을, 유엔대표 관광마을로 선정돼야', '정부, 도서민 삶의 질 향상과 이동권 보장 위해 선사 지원 필요' 등 그의 글에는 울릉도의 현실 진단과 정책 대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구 감소와 기후위기 속에서 붕괴 위기에 놓인 울릉도 오징어 어업, 섬의 이동권 문제, 독립적 행정 체계 유지에 대한 우려 역시 고인이 생의 말미까지 붙잡고 있던 주제였다. 별세 이틀 전인 지난 10일에도 그는 '울릉도 지역 활력의 새 거점 자연 GREEN파크'라는 제목의 기사로 울릉도의 미래를 독자에게 전했다.
김 국장은 기자이기 이전에 울릉도·독도 현장의 사람이었다. 울릉군산악연맹 창립회장을 역임하며 산악인으로도 활동했고, 전국 산악스키대회와 각종 산악행사를 통해 울릉도의 산림·생태 관광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겨울 스키페스티벌, 등반대회, 트래킹센터 건립, 민간 산악구조 역량 강화 필요성 또한 그가 생전 꾸준히 강조하던 과제였다.
독도 취재에서도 고인은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일본 고문헌 속 독도 관련 기록을 발굴해 기사화했고, '독도에서는 울릉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현장 검증을 통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 '독도 가수' 정광태 씨는 저서에서 김 국장을 "울릉도·독도 전문기자이자 민족기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2016년 영토지킴이독도사랑회가 주최한 '제3회 대한민국 독도홍보대상식'에서 언론홍보상과 자랑스러운 울릉군민상을 수상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고인은 울릉과 독도를 지극히 사랑하며, 숨을 거두기 이틀 전까지도 글을 쓰신 불세출의 기자였다"며 "울릉독도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SNS와 지역 사회에서도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무거운 펜과 취재수첩을 이제 내려놓고 편히 쉬시라", "울릉독도를 그렇게도 사랑하던 기자, 영원히 잊지 않겠다", "환한 웃음을 잃지 않던 국장님,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고인은 생전 "기사를 쓰다 죽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 말처럼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자였고, 울릉도의 미래를 놓지 않았다. 울릉도와 독도를 함께 바라보는 그의 시선, '울릉독도'라는 단어에 담긴 철학은 이제 남은 이들의 몫으로 이어진다.
고 김두한 국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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