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석남마을 '연쇄 추돌'…민가 들이받은 5중 사고에 주민들 '벌벌'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5.12.11 15:48 / 수정: 2025.12.11 15:48
블랙아이스에 차량 5대 미끄러져 담장 4곳 붕괴
수년째 안전대책 요구했지만 묵살…원성 고조
11일 오전 6시쯤 영주시 부석면 감곡1리에서 차량이 민가 담장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김성권 기자
11일 오전 6시쯤 영주시 부석면 감곡1리에서 차량이 민가 담장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시 부석면 감곡1리, 일명 석남(石南)마을에서 차량 5대가 잇따라 미끄러져 민가 담장을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수년째 이어진 주민들의 안전대책 요구가 번번이 묵살된 가운데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자 "행정당국의 방치가 빚은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거세다.

1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6시쯤 영주시 상망동에서 부석면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구간에서 블랙아이스가 발생했다. 미끄러진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추돌하며 방향을 잃고 내려가던 중 마을 입구 민가 쪽으로 잇따라 돌진했다.

이 사고로 4곳의 가정집 담장이 붕괴됐고, 운전자들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복된 차량들은 대형크레인과 레커차를 통해 일제히 정비공장으로 옮겨지는 등 현장은 한동안 전운처럼 소란스러웠다.

11일 오전 6시쯤 영주시 부석면 감곡1리에서 차량이 민가 담장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김성권 기자
11일 오전 6시쯤 영주시 부석면 감곡1리에서 차량이 민가 담장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김성권 기자

다행히 차량이 주택 내부까지 들이받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언제 우리 집으로 차가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켜켜이 쌓여 왔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A씨는 이번 사고를 두고 "예견된 참사"라고 단언했다. 그는 "수십년 전에도 내리막길 과속 차량에 마을 주민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 이후로도 도로 환경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관계 기관의 교통안전 대책은 사실상 '0'"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0대 주민 김모 씨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여전히 몸을 떨었다. "새벽에 '쿵' 소리가 나는데 너무 무서워서 밖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며 "혹시 또 들이받을까 아들 올 때까지 문 앞에서 떨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복된 차량이 대형크레인이 동원돼 수습되고 있다. /김성권 기자
전복된 차량이 대형크레인이 동원돼 수습되고 있다. /김성권 기자

실제로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영주시청과 경찰서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 왔다. △과속방지턱 설치 △과속 단속 카메라 도입 △민가 주변 가드레일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검토 중" 또는 "여건상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는 게 주민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한 주민은 "사고가 나도 잠깐 떠들고 결국 흐지부지. 행정이 정말 움직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차량이 박살 나고 사람이 다쳐야 대책이 마련되겠나.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경찰은 노면에 발생한 살얼음(블랙아이스)으로 인해 차량 통제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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