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전남 여수선언실천위원회가 '박람회장 사후활용과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남해안 남중권 유치'를 주제로 시민대토론회를 열어 여수의 미래 비전을 그렸다.
10일 오후 행사 시작 전 조금 일찍 찾은 히든베이호텔 그랜드볼룸은 준비된 공간 자체가 이미 '기후도시 여수'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천장에 길게 드리워진 흰색 드레이프 천은 바다의 파도처럼 출렁이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조명이 스며들며 푸른 기후 테마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각 원탁 테이블에는 자료집과 함께 'COP33 유치! 박람회 사후활용 성공!' 문구가 적힌 검은색 수건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의 절실한 염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 기관 관계자, 전문가들이 차례로 자리를 채웠다. 웅성임은 점차 기대감으로 바뀌었고, 250여 명의 참석이 예고된 행사는 시작 전부터 '도시 전략 회의'의 밀도를 갖추기 시작했다.
행사는 오후 3시 30분 여수시 주최·여수선언실천위원회 주관·COP33 남해안 남중권 유치위원회 후원으로 공식 개회했다. 국민의례 이후 첫 순서는 여수선언실천위원회 활동을 묵묵히 이끌어온 박숙희 간사에 대한 공로패 수여였다. 조직 운영과 시민 참여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시상에 참석자들은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여수시민·시·시의회·국회로 이어진 'COP33 유치! 박람회 사후활용 성공!' 의지
행사에서 첫 발언은 이상훈 여수선언실천위원회 이사장이 맡았다.
"박람회장의 성공적 사후활용과 COP33 유치는 여수 미래를 가르는 중대한 과제입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연대가 여수를 다시 세계 기후·해양 중심도시로 세울 것입니다."
이 이사장의 이 말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이어 정기명 여수시장은 박람회 이후 여수가 걸어온 변화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여수는 박람회 유산을 기후·해양 전략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COP33 유치 역시 시민과 함께 끝까지 추진하겠습니다."
시장의 발언이 끝나자 곳곳에서 공감의 박수가 나왔다.
백인숙 여수시의회 의장은 도시 공간 재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람회장은 시민의 일상과 연결되는 지속가능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시의회도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이후 단상에 오른 이는 주철현 국회의원이었다. 전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역 곳곳을 뛰는 일정 중임에도 "1시간 20분을 달려왔다"고 웃으며 발언을 시작했지만 발언은 곧 무게감을 더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이 공공재가 될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결속 덕분입니다. 법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는 과정도 결국 시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힘이 아니었다면 세계섬박람회 유치도, 복합해양관광도시 선정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는 COP33 유치 전망에 대해 명확히 말했다.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뭉치면 가능합니다. 국회에서도 힘껏 돕겠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행사장 전체에서 가장 큰 박수가 터졌다.
백 의장의 '시민 중심 공간 재탄생'과 주 의원의 '국가적 의제 속 여수 역할 강화'는 서로 결을 달리하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자연스럽게 모였다. 뒤편에서는 시민들이 손에 쥔 검은색 수건을 바라보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도 보였다.
◇주제 영상·강연·토론·검은 물결 퍼포먼스…기후도시 여수의 집단적 에너지
이어 스크린에서는 COP33 유치 필요성과 박람회장의 새로운 활용 방향을 설명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국제 기후 흐름과 여수의 잠재력을 담은 짧은 영상이었지만 참석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조천호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이 무대에 오르자 행사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조명을 받은 그의 모습에서 이번 강연이 가진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후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담대한 전환은 시민의 참여에서 시작됩니다."
이어 이상훈 이사장의 두 번째 강연이 펼쳐졌다. 그는 박람회장 사후활용을 단순한 부지 문제가 아닌 여수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바라봤다.
"여수는 기후·해양·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도시입니다. 박람회장은 COP33과 연계해 여수형 미래 전략의 심장부가 돼야 합니다."
그는 △해양·기후 융합센터 조성 △시민참여형 운영 모델 △남해안 남중권 공동 브랜딩 등 구체적 모델을 제시하며 실천 가능한 전략을 설명했다.
이후 시민 참여 토론에서는 박람회장 사후활용에 대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해양 생태 기반 국제센터, 기후 대응 혁신지구, 시민참여형 운영 모델 등 시민들이 직접 여수의 미래 지도를 그려가는 모습이었다.

250여 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검은색 수건을 높게 들며 "COP33 남해안 남중권 유치!"를 외쳤다. 푸른 조명 아래에서 일렁이는 검정의 파도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여수시민의 집단적 의지를 상징하는 장관이었다.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는 참석자들이 서로 덕담을 나누고, COP33 유치와 박람회장 사후활용을 위해 각 분과가 맡아야 할 역할과 과제를 공유했다. 시민·행정·전문가가 함께 추진 체계를 강화하자는 공감대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들은 여수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과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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