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전남 여수시 탄소중립실현본부는 '아스콘 공장 발암물질 관리 부실과 업계 담합 의혹'에 대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실현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아스콘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1급 발암물질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면서 정부와 감사원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환경단체 지역본부 대표와 회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여수에 위치한 탄소중립실현본부는 아스콘 산업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발주 관급공사가 차지하는 전형적인 공공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530여 개 아스콘 공장 가운데 약 70%가 주거지와 인접한 지역에 위치해 주민들이 수년간 발암물질 노출 위험에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스콘 제조 과정에서 벤조(a)피렌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1급 발암물질과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배출되지만, 업계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적법한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를 조직적으로 회피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20년부터 관련 물질에 대한 배출 규제를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형식적 검사, 검사 미실시, 검사 결과 조작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본부는 감사원이 지난 2016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통해 아스콘 업계의 입찰 담합 문제를 지적한 이후에도 업계가 환경설비 '집단 설치 거부' 방식으로 카르텔 구조를 더욱 고도화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공인기관 검사를 기피하거나 검사 시 가동을 중단하고 배출가스를 우회 배출하는 등 조직적인 검사 방해 의혹도 제기됐다. 전국 260여 개 순환아스콘 공장 다수가 발암성 원료가 다량 함유된 재생첨가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로 인해 건설노동자와 시민들이 별다른 보호 조치 없이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행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본부는 전남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관내 아스콘 사업장을 일괄적으로 '신고 대상'에서 '허가 대상'으로 전환하면서도, 적법한 환경설비 설치 여부에 대한 실질적 검증 없이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주민 안전보다 행정 편의를 우선한 특혜성 행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로 인한 주민 건강 피해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현실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전북 남원 내기마을과 익산 장점마을, 경기 의왕 등에서는 암과 중증 호흡기 질환 등 주민 피해 사례가 공식적으로 확인돼 해당 문제가 단순한 환경 논란을 넘어 공중보건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실현본부는 정부와 감사원을 향해 신고에서 허가로 전환 시 행정 판단에 대한 감사, 환경설비 설치를 거부한 업계 담합 행위에 대한 고강도 감사, 관리·감독 기관의 직무유기 감사, 순환아스콘 공장 자가측정 검사 의무화, 검사 방해·조작에 대한 형사·행정 처벌, 상습 위반 사업자의 조달·입찰 제한, 환경설비 미설치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본부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산업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부실한 행정과 미흡한 법 집행으로 발생한 발암물질 노출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감사원의 성역 없는 감사와 강력한 제도 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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