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영주의 선거는 왜 '닫힌 시스템'이 되었나
  • 김성권 기자
  • 입력: 2025.12.08 14:27 / 수정: 2025.12.08 14:27
'경쟁' 아닌 '승계'에 가까운 영주 선거
"이제는 기득권 카르텔 해체해야"
영주시가지 전경. /영주시
영주시가지 전경.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의 선거판을 오래 취재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다.

이 지역의 선거는 '경쟁'이 아니라 '승계'에 가깝다. 선거가 아닌데도 이미 판이 굳어 있고, 공천도 나오기 전에 '누가 될지'가 먼저 돌고, 시민들의 선택은 사실상 형식에 머문다.

이것이 영주 선거의 가장 깊은 병폐다.

최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초선)이 "30년간 영주의 선거문화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 전체가 오랫동안 눈 감아 온 '지역 정치의 카르텔 구조'가 지금의 현실을 만들어냈다.

영주의 선거는 대체로 조용하다. 조용하다는 말은 얼핏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쟁이 없다는 뜻에 더 가깝다. 선거는 경쟁이 있어야 선택이 생기고, 그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하지만 영주는 오랫동안 '누가 나올지 거의 예측되는' 선거를 반복해 왔다.

정치 신인이 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용기 부족'이 아니다. 지역 정치권에 깊게 뿌리 내린 기득권적 구도, 보이지 않는 '라인'과 '서열', 그리고 공천 과정에서의 모호한 기준들이 신인의 출발선 자체를 막아 버린다.

출마를 고민하는 이들은 말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싸움 같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방 정치는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 그럼에도 영주에서 정치가 이렇게 가벼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지도층의 잇단 문제는 시민들의 기대를 무너뜨렸고, 정치는 '시민의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자리'로 비치는 현상이 심화됐다.

불신이 깊어지면 정치는 영향력을 잃는다. 그리고 그 공백을 냉소가 채운다. 냉소가 굳어진 도시에서 새로운 정치인은 나오기 어렵다. 바로 이것이 영주가 반복하는 악순환의 핵심이다.

임 의원은 "뜻있는 분은 제 사무실로 오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열린 메시지다.

하지만 신인들이 느끼는 현실은 정반대다. 정치 신인에게 필요한 것은 '초대장'이 아니라 투명한 경쟁의 장이다. 공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역 조직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인지, 정말 경선이 경선다운 절차로 치러질 수 있는지, 이 모든 의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면 신인에게는 "오라"는 말보다 "오지 말라"는 구조가 앞선다.

지금 영주에 필요한 것은 특출난 영웅이 아니다. 정치 신인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유권자가 정책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기득권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이 가능한 정상적인 선거 구도다.

정치는 문화를 바꿀 때 비로소 바뀐다. 그리고 그 문화는 선거가 만든다.

내년 지방선거는 영주 정치가 변화를 선택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선거는 끝나면 잊힌다'는 오래된 관성을 끊고, 정치가 시민에게 다시 의미 있는 영역이 되기 위해서는 이번 만큼은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 선거, 즉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영주가 반복되는 전철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제는 '똑같을 것'이라는 시민의 예상을 깨야 한다. 그 순간부터 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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