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성인문해교실 어르신 3년 만에 감격의 졸업식
  • 정창구 기자
  • 입력: 2025.12.02 11:29 / 수정: 2025.12.02 11:29
배움의 의지 이어온 어르신 마침내 '졸업생'
글을 읽고 이름 쓸 수 있는 기적 이뤄
경북 고령군이 운영한 성인 문해 한글 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3년의 교육과정을 끝내고 지난 1일 졸업식을 열었다. /고령군
경북 고령군이 운영한 성인 문해 한글 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3년의 교육과정을 끝내고 지난 1일 졸업식을 열었다. /고령군

[더팩트 | 고령=정창구 기자] 경북 고령군이 운영한 성인 문해 한글 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3년의 교육과정을 끝낸 후 졸업식을 열었다.

고령군은 지난 1일 덕곡면 예마을에서 대가야읍 지산3리와 덕곡면 용흥리 학습자 3년 차 어르신들의 졸업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배움의 의지를 이어온 어르신들은 이날 마침내 '졸업생'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이번 졸업식은 단순한 수료 행사가 아니라 글을 몰라 겪었던 불편과 소외감을 극복해낸 삶의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날 축하 무대는 지역 예술단체 '하랑'의 가야금 연주로 시작됐다. 잔잔한 선율 속에서 어르신들은 조용히 호흡을 맞췄고, 객석 곳곳에서는 감동 어린 미소가 번졌다.

성인문해교육을 담당한 김은숙 강사는 "어르신들의 열정은 그 어떤 학생보다 뜨거웠다"며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도 한 분도 결석하지 않던 모습이 지금 이 자리의 의미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영된 학습 활동 영상은 수업 중 또박또박 글씨를 따라 쓰던 어르신들의 시간이 담겼고, 화면이 끝나자 행사장에는 잔잔한 울음과 박수가 동시에 퍼졌다.

이번 졸업식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졸업생 전원이 학위복 대신 교복을 입었다는 점이다. 검정 교복을 입은 어르신들은 서로의 넥타이를 맞춰주고 버튼을 채워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한 졸업생은 "어릴 땐 글을 몰라 학교도 못 갔는데 이제는 버스 번호도 읽고 손주 이름도 쓸 수 있다. 오늘 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한 학생이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이어진 시화 낭독에서 졸업생들은 직접 쓴 문장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었다.

"글 몰라 서러웠던 세월 이제는 아닙니다. 이름도 마음도 내 손으로 씁니다" 비록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상처와 치유, 그리고 새로운 출발에 대한 다짐이 담겨 있었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직접 전달한 후 "문해교육은 읽고 쓰는 기능을 넘어,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며 "앞으로도 평생학습 기반을 더욱 확대해 누구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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