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 및 2025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한 불꽃은 지난달 30일 밤 대전 엑스포다리 위로 화려하게 치솟았다.
행사장은 인파로 가득했고 밤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을 보는 시민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고, 드론쇼와 불꽃쇼에 맞춰 나오는 한화이글스 응원가를 팬들이 자연스럽게 열창하면서 이글스가 또 한번의 도약과 비상을 할 것이라는 큰 희망과 염원이 밤 하늘을 가득 메웠다.
다행히 큰 안전사고 없이 끝났다. 수많은 경찰과 공무원들이 인간띠를 이루고 현장을 지킨 노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무사고'는 다른 한쪽에서 시민들이 이동을 포기해야 했던 대가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도시는 멈췄고, 귀가 대책은 없었고, 시민은 남겨졌다.
문제의 출발점은 분명했다.
예상 가능했던 인파였는데도 시는 이동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초 대전시가 발표한 대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통제와 안전대책만 있었고, 시내버스 증차나 지하철 증편을 한다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이러한 이동수단 계획 부재는 도로 위에서 볼 수 있었다. 주말의 버스는 그대로였고, 사람은 늘었다. 그 결과 일대는 사실상 정지 상태가 됐다.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기'와 '위험에 뛰어들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결국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정류장까지 들어오지 못한 버스를 조금이라도 빨리 타기 위해 차량 사이를 가르는 아찔한 장면은 이번 대책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제는 있었지만 이동은 없었던 것이다.
이날 심각한 정체 속에서 버스 기사들의 피로도는 평소보다 몇 배 증가했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이동하지 못하는 도로, 도로 위로 뛰어드는 시민, 과밀 승차를 시도하는 군중까지 떠안으며 사고 위험은 크게 높아졌다. 증차와 증편만 이뤄졌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었던 위험이었다.
한 택시기사는 "벌써 행사장으로 가는 콜만 3번을 받았는데 한번 내려주고 나면 그 일대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말 그대로 교통지옥이었고 이러한 교통체증은 대전에서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시민의식 부재가 교통 혼란을 더욱 악화시켰다.
행사장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불꽃쇼를 보려는 외부 차량들이 무단 주차를 해 입주민들이 오히려 집 앞에 주차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의 편의가 정작 그곳에 사는 시민들의 기본 생활권을 침해한 셈이다.
이 역시 '이동을 위한 계획 부재'와 맞물려 전체 혼란을 키운 요소였다.
결국 이번 불꽃쇼는 사람을 세워 길을 막는 데는 성공했고, 사람을 집으로 보내는 데는 실패한 행사였다.
화려한 불꽃은 감동을 선사했고,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그 후가 없었다.
도시는 불꽃을 봤지만 그 대가로 한밤중 교통 정지와 위험한 귀가, 무단주차로 인한 생활 불편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렇게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 것이 예상된다면 운수회사와 협의해 일시적으로 시내버스를 증차하고, 지하철을 증편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시민의 이동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시민의식과 공공성 역시 함께 높여가는 것도 기본이다.
안전은 행사 시간 동안만 지키는 게 아닌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지켜질 때 비로소 진짜 성공한 축제라고 부를 수 있다.
오랜 시간 암흑기를 걷어낸 한화이글스의 더 큰 비상은 지금 다시 시작할 것이다. 독수리 군단은 대전시민과 팬들에게 감동과 서사를 선사하면서 더 높이 날아오르려 한다.
이런 비상에 대전시 행정도 조금은 더 세심하고 촘촘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tfcc202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