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매년 11월 25일은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여성과 아동을 향한 폭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선언이다.
서영학 사단법인 기본사회 여수본부 상임대표(전 청와대 행정관)는 24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여성폭력의 현실과 제도적 한계,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청와대에서 여성·아동보호 정책 실무를 이끌었던 서 대표는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장 시절 '13세 미만 아동·장애인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실무 총괄한 인물로, 한국 성폭력 법제 개선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이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6시간 넘게 울분을 토하던 한 아버지의 전화였다"며 "공소시효 때문에 고소조차 못 한다는 현실을 듣고 반드시 제도를 고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법무부는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개정에 소극적이었지만 2008~2012년 잇따라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분노를 키우며 변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서 대표는 "지금 아니면 바꿀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공소시효 폐지까지 밀어붙였다"며 "하지만 13~19세,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텔레그램 '목사방' 운영자 김녹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중요한 판결이지만 우리나라 성범죄는 2심에서 초범·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반복된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범죄이므로 이번만큼은 무기징역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가 디지털 성범죄를 '끝나지 않는 피해'라고 규정한 것은 딥페이크, 불법촬영, 편집·유포 등은 범인을 잡아도 영상이 온라인에서 계속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 영상 삭제 지원 서비스도 인력 부족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며 "국가 차원의 기술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 사실을 드러내면 낙인이 찍히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폭력을 반복시키는 구조"라며 잠재적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방 대책으로는 '성인지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10대가 음란물을 접해도 누구는 모방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성인지·인권 교육"이라고 말했다.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장기적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상징이 아니라 경고"라며 "무관심은 또 다른 폭력이고, 관심이 있어야 제도가 바뀌며 피해자가 보호받는다. 변화는 결국 사회적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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