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3년여 간 표류 끝에 실패한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의 '차세대 전산망 구축 사업'에서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은 사업 기간 종료 뒤 계약 해제 요청까지 무려 1년 4개월이 걸렸다는 점이다.
경기신보는 이 기간 감사나 문책은 물론, 내·외부 허위 보고까지,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극도로 막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신보는 48억 8700만 원을 들여 차세대 전산망 구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 기간 만료일인 지난해 5월 29일까지 수행사로부터 과업을 납품받지 못했다. 당시 공정률은 59.5%였다.
하지만 경기신보는 수행사를 상대로 계약 해제나 연장 등을 하지 않고 '남품 연기'로 시간을 끌다가 올해 8월 13일에서야 계약 해제를 요청했다. 계약기간 만료 1년 4개월여가 지나서다.
경기신보는 예산이 30억여 원이 들어갔는데도 이때까지 사업 담당자 문책이나 내부 감사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진 최근에서야 내부 감사를 준비 중이다.
심지어 경기신보 이사회나 경기도의회에는 마치 사업이 '순항'하는 것처럼 허위로 보고하기까지 했다.
경기신보는 계약 만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스템) 개발 완료 후 완결성 테스트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사업 실패'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철저히 막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이 올해 1월 24일자로 연임됐다. 제16대에 이어 17대 이사장직을 맡아 2027년 1월까지 임기를 잇게 됐다.
시석중 이사장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임기 연장 때문에 이 사업을 쉬쉬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내부 감사 미실시를 놓고는 "중소기업 보호 때문에 계약 해제 절차가 까다로워 지연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기신보 내부에서는 "연임을 앞두고 경영관리의 큰 오점인 이 사업의 실패를 공식화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계약 해제를 요청한 8월 13일도 같은 달 31일 보증보험 만기와 맞물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연임해도 피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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