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13] 물·도시 경계 넘는 해법 찾기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5.11.20 08:00 / 수정: 2025.11.20 08:00
인천내항·부산북항 등 지역 특화 워터플랜 필요
환경-문화-건축-토목…물 중심 도시계획 적용을
런던 템즈강변 사우스뱅크 지역의 수변 보행공간에서 한 가족이 산책하고 있다. /김경배
런던 템즈강변 사우스뱅크 지역의 수변 보행공간에서 한 가족이 산책하고 있다. /김경배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도시는 물과 함께 탄생하고 성장, 소멸한다. 인류는 물가에서 문명을 시작했고, 물이 있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류는 물 없이 생존할 수 없다. 깨끗한 물과 안전한 수변공간이 현대 도시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도시의 모습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도시는 물과 함께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점차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을 위해서는 물 중심 도시계획으로서 워터플랜(Water Plan)이 필요하다. 물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도시의 생명력을 유지,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워터프런트 디자인의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런던: 안전한 수변공간을 재생한다

영국 런던의 홍수는 로마시대부터 지속되어 온 문제다. 템즈강변 제방을 높게 쌓는 방식으로 홍수에 대응하던 런던은 1954년 제방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북해에서 유입되는 폭풍 해일과 만조 시 발생하는 높은 조수로부터 런던을 보호하기 위해 1984년 5억 4000파운드를 투입해 높이 20.1m, 길이 520m의 템즈 방조제를 설치하고 다양한 수변공원과 녹지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런던은 1000년에 한번 발생하는 조수 해일을 견딜 수 있는 홍수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년부터 런던은 해수면 상승과 집중호우로 인한 템즈강의 범람을 막고 매력적인 수변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변공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경쟁력을 잃고 버려진 사우스뱅크 지역을 다기능 융복합 수변공간(문화, 관광, 산업, 주거 등)으로 재생했다. 물 순환, 친환경 수변 주거단지인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를 조성하고, 폐쇄된 화력발전소를 '테이트 모던', '배터시 파워스테이션' 등의 문화와 예술, 일자리가 있는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재생시켰다. 창조적인 방법으로 런던 도심부와 수변공간을 조망할 수 있는 런던아이, 스카이가든, 포터스필즈 공원, 더 샤드 전망대 등을 만들고, 단절된 남북 동선을 연결하는 보행교인 밀레니엄 브리지와 케이블카 런던 스카이웨이를 설치했다. 이처럼 런던은 도시와 물의 경계를 허물고 물 중심 도시계획을 통해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로테르담: 물 순환 도시공간을 창조한다

육지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발생 위험이 매우 큰 도시다. 로테르담은 이러한 위험을 해결하고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 순환 도시계획(Waterplan Rotterdam)을 수립하고 다양한 워터프런트 디자인 사업을 추진했다. 또 기후변화 위험성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물 순환을 위한 토지 이용계획과 친수공간 조성, 저류공간 확보, 수질 개선 사업을 병행했다.

로테르담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물과 도시의 경계였던 제방을 재구조화했다. 제방을 더 높게 쌓는 방식을 포기했으며, 제방을 입체적 도시공간으로 인식하고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제방에 홍수피해 방지를 위한 치수공간을 구축함과 동시에 다양한 일자리와 주거 공간, 녹지가 어우러진 공간을 창출하게 됐다. 빗물 관리와 홍수 예방을 위한 혁신적인 수변 주거단지(Floating Housing)뿐만 아니라 도시공원과 광장(Water Square)을 시범 조성해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2009년 시작돼 올해 17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빛초롱축제가 오는 12월 12일부터 1월 4일까지 청계천, 우이천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관광재단
2009년 시작돼 올해 17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빛초롱축제가 오는 12월 12일부터 1월 4일까지 청계천, 우이천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관광재단

◇서울: 하천, 공원, 녹지를 복원한다

서울은 한강과 청계천의 기적을 만든 도시다. 서울시는 사대문안 도심부와 청계천 주변지역의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00년 서울 도심부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2003년 7월 1일 시작해서 2005년 9월 30일 완공돼 20년이 지났다. 3800억 원이 투입됐다. 한강의 기적처럼 청계천 복원사업은 서울 도심부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매연과 소음, 철근 부식, 도시경관 악화 등의 문제가 파생됐던 청계고가를 철거했다. 홍수피해 위험이 감소되는 등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잃고 있던 서울 사대문안 도심부에 멋진 수변공간과 공원녹지가 창조됐다. 청계천과 도심을 방문하는 사람이 급증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지난 20년 동안 누적 방문자 수가 3억 3000만 명에 이른다.

복원된 청계천 수변공간에는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변화가 지속됐다. 일년내내 다양한 예술 전시회와 연등 축제, 빛 축제, 음악공연 등이 진행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채로운 행사와 이벤트가 운영된다. 글로벌 관광, 패션, 문화예술 관련 행사가 지속되고 있고 다양한 성격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다. 이제 청계천과 주변지역은 대한민국 K-컬처의 상징 공간으로서 글로벌 문화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 아쉬움도 많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은 물을 고려한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친환경 수변공간이 만들어 내는 도시 활성화 효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싱가포르: 무에서 유를 창출한다

싱가포르는 물이 매우 부족한 도시다. 지금도 이웃 국가로부터 식수를 수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빗물 저수지를 설치하고, 하수는 첨단 수처리 기술로 정화해서 산업용수로 활용한다. 싱가포르는 물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물 중심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선진국이다.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 뉴워터 플랜을 만들고 지하하수터널, 하수처리장의 뉴워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가 전체를 대규모 집수공간으로 활용하는 창조적인 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 가장 창조적인 사업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Gardens by the Bay) 프로젝트다. 바다와 강에 접한 이 공원은 2012년 완공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다. 친환경 수변공원과 식물원, 전망대를 갖추고 빗물 재생, 오수 활용 등 구체적인 물 순환 계획이 적용됐다. 이 공원의 슈퍼트리(Super Tree)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조망점(조망+문화+생태+F&B)이다. 외부 공간을 산책하면서 수변도시 싱가포르의 도시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매일 밤 두 번 진행되는 슈퍼트리 조명쇼는 친환경 태양에너지를 사용한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 콘텐츠이다. 마리나베이 호텔과 연계된 슈퍼트리와 가든스바이더베이 공원은 매우 이색적인 풍경을 창출하는 창조적인 도시건축이다. 글로벌 수변도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최고의 시설이고, 새로운 생태문화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몰이다.

뉴욕, 도쿄, 밴쿠버, 보스턴, 홍콩, 상해, 두바이 등 세계 도시는 물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물과 도시의 경계를 허물고 지속가능한 워터프런트 도시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서로 다른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인천, 부산, 목포 등 국내 대도시들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워터프런트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내항과 송도국제도시, 연안부두, 부산북항, 부산남항 등에서 추진되는 사업에서 물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로테르담처럼 지속가능한 워터프런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도시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환경-토목-건축-문화-도시 등 전담 부서의 경계를 넘어서는 물 중심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런던처럼 통합적 공간계획과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과 도시의 경계를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경쟁력을 잃고 버려진 수변공간과 노후 항만을 재생하기 위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5년 정도의 단기간 사업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서울 청계천처럼 최소 20년 동안의 긴 시간을 통해 진화돼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100년 계획, 20년 계획, 10년 계획 등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성해 한발 한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워터프런트 디자인을 위해서는 국가와 도시, 지역의 특성과 장소성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향하는 목표가 비슷해도 장소와 사람, 제도, 경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해법이 적용될 수 없다. 지역 시민들과 전문가, 공무원,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그리고 참여가 절실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묶어 전체를 만드는 솔로몬의 지혜와 노력, 실천이 필요하다.

글=김경배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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