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수십억 원대 예산이 투입된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의 ‘차세대 전산 구축 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난 가운데, 경기신보가 이런 사실을 관리·감독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축소·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신보는 과업 수행업체의 사업 지연으로 더는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며 지난 8월 13일 조달청에 계약해제를 요청했다.
모두 48억 8700여만 원을 투입해 2023년 3월 6일부터 지난해 5월 29일까지 15개월 동안 진행하려던 이 사업이 완수일까지 공정률 59.5%에 머무르자 경기신보는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신보는 사업속도가 나지 않자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수행업체에 사업 이행 촉구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신보는 사업 기간이 만료된 지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계약을 해지하면서도, 사업 지연이나 계약 해지 등 중대 사안들을 관리·감독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계약해제 사실은 3개월이 지난 최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처음 보고했다.
그동안 도의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2023년 11월 ‘차세대 시스템 개발’이라는 세션에 시스템 개선과 중앙회와 통합한다는 내용으로 4줄 언급한 게 전부다.
지난해 11월에도 ‘차세대 전산 구축’이라는 세션에 시스템 개선과 구축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6줄 정도 언급했다. 이미 사업 기간이 끝난 뒤 5개월이 지나 보고하면서도, 사업 ‘지연’이나 ‘만료’ 등의 표현은 단 한 줄도 없었다.
특히 올해 9월에는 경기신보를 총괄하는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에게까지 이런 내용들을 모두 누락했다.
오히려 한 달 전 계약을 해지해 놓고도, 고 부지사에게는 ‘디지털 혁신’ 항목에 ‘스마트 혁신 기반 마련’이라는 4줄짜리 보고서만 넘겼다. 계약을 이미 해지해 놓고도 마치 사업이 계속 추진 중인 것처럼 허위 보고한 셈이다.
수십억 원짜리 사업이 곪아 터질 때까지 숨겼지만, 결국 내부 반발로 뚜껑이 열렸다.
2개월 전 한 직장인 온라인 게시판에 ‘차세대 사업은 누가 책임집니까. 정작 책임지는 임원은 아무도 없네요. 무능한 경영진 & 인사 관련자 책임져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신보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사업비까지 언급하며 상세히 게시했다.
이런 가운데 사업 기간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의 연봉은 사업 시점인 2022년 1억 4900만 원에서 2023년 1억 5000만 원, 2024년 1억 5500만 원, 2025년 1억 6000만 원으로 매년 늘었다. 이 기간 받은 성과급도 매년 4100만 원에서 2900만 원에 달했다.
이상원 경기도의원(국민의힘·고양7)은 "경기신보로서는 중차대한 이 프로젝트를 관리·감독청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사업 만료 뒤 1년 3개월이 지나고서야 왜 계약해제를 했는지, 그동안 왜 숨겼는지 의회 차원에서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했다.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은 "보고를 누락하거나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 업무보고 때마다 보고는 했고, 제주도 연찬회에서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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