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천 벙커씨유 오염 우려에도…전주시, '강 건너 불구경' 빈축
  • 김은지 기자
  • 입력: 2025.11.05 15:37 / 수정: 2025.11.05 15:56
5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D아파트와 건산천 상가 인근에서 벙커씨유가 유출돼 전주시를 통해 업체가 처리했는 데도 이날 여전히 유출되고 있다. 한 주민이 긴 막대기로 찐득한 검은 기름을 보여주고 있다. /김은지 기자
5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D아파트와 건산천 상가 인근에서 벙커씨유가 유출돼 전주시를 통해 업체가 처리했는 데도 이날 여전히 유출되고 있다. 한 주민이 긴 막대기로 찐득한 검은 기름을 보여주고 있다. /김은지 기자

[더팩트ㅣ전주=김은지 기자] "아파트와 상가 건물 경계 주변 아스팔트에서 시커먼 기름이 쉴 새 없이 나온 뒤로 냄새 등으로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어요. 전주시청이나 덕진경찰서의 후속 대책이나 수사 등 움직임조차 없어 답답해요."

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D아파트와 건산천 주변 상가와의 경계선 모퉁이를 가리키며 오염 상태를 설명하던 아파트 주민 이모 씨(55)가 취재진을 보자 그동안의 설움을 쏟아냈다.

이 씨는 "덕진구청부터 전주시청을 찾아가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제대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지난달에 전문적으로 폐유를 수거하는 업체 차량이 와서 기름을 수거했는데 아직도 기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스팔트를 걷어내 봐야 어느 정도 (벙커씨유가) 매장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업체 관계자가 말했다"며 "개인 사유지라 못 건드리는 게 크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81년 12월 건축된 45년차 30세대 규모의 D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인근에서 풍기는 역한 기름 냄새 때문에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

비만 오면 벙커씨유가 흘러나와 아파트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과 배달오토바이 등이 벙커씨유 늪에 빠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씨가 덕진구청과 전주시청을 찾아다니며 이 같은 실태를 하소연했지만 그대로였다. 시에서는 뒷짐만 진 채 일관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결국 주민들이 직접 바가지로 벙커씨유를 퍼 올리는 상황까지 왔다.

행정의 손길은 야속하게도 뒤늦게서야 반응했다. 시는 지난달 중순쯤 대전 지역의 폐유 지정폐기물 운반업체를 통해 폐유를 수집해 처리했다. 당시 수집된 폐유량만 6톤에 달한다. 시의 조치는 여기까지였다.

유출 원인을 찾고자 시가 덕진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 역시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지 아니면 중단된 것인지조차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

어디에서 왜 벙커씨유가 유출되고 있는지, 매장량은 얼마나 되는지, 또 이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건 오롯이 주민들 몫이다.

아파트와 경계에 있는 상가 건물이 수십년 전 목욕탕이 포함된 여관이었다는 점이 의심스럽지만 이 또한 아직은 추정에 불과하다. 이 건물에는 현재 식당과 학원이 들어서 있다.

5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D아파트와 건산천 상가 인근에서 벙커씨유가 유출(오른쪽 빨간색 원)되고 있는 가운데 복개된 공영주차장 옆으로 건산천이 보이고 있다(왼쪽 빨간색 원). 건산천은 전주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김은지 기자
5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D아파트와 건산천 상가 인근에서 벙커씨유가 유출(오른쪽 빨간색 원)되고 있는 가운데 복개된 공영주차장 옆으로 건산천이 보이고 있다(왼쪽 빨간색 원). 건산천은 전주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김은지 기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출 추정 지점으로부터 27m 앞에는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복개된 '건산1 공영주차장'이 자리하고 있다. 노송천과 건산천이 만나 전주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물길의 중심에서 벙커씨유가 유출됐고 진행 중이기에 전주천 오염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현재 사용할 수 없는 벙커씨유가 빗물을 타고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하천 오염이라든지 생물 폐사가 있을 수 있다"며 "공기 중으로 떠돌게 되면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노출 시 건강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벙커씨유는 지정 폐기물로, 발생이나 처리가 굉장히 엄격하게 다뤄지고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외부로 유출되면 환경위해성 때문에 토양 등 각종 오염으로 이어져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지자체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허소영 전주시 청소지원과장은 "벙커씨유 유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유출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sww9933@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