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전남 여수에서 ‘전라좌수영 겸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의 날’이 선포됐지만, 애초 지역 대표 단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여수종고회 단독 체제로 굳어지면서 공공성과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여수종고회는 1일 이순신광장에서 이순신 장군이 1593년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돼 본영을 여수 전라좌수영에 둔 역사 기록과 덕수이씨 종친회가 보관한 교지 영인본을 근거로, 음력 9월 12일을 기념일로 정해 선포식을 열었다.
이 사업은 지난 2022년 여수종고회·여수시문화원·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 등 지역 대표 3개 단체가 공동 논의를 시작하며 추진위를 구성해 본격화됐다. 같은 해 4월 28일 세 단체는 여수 진남문예회관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며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여수종고회가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반발한 지역 단체들은 같은 해 12월 29일 여수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지역 문화·시민단체 37곳이 참여한 총회를 열고 ‘전라좌수영 겸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국가문화재 지정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여수의 역사 정체성을 바로 세울 범시민 역사 운동"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범시민 추진위가 공식 출범하자, 바로 다음 날인 30일 여수종고회는 추진위 구성을 주도한 회원인 추진위원장 K씨를 제명했다. 이후 범시민 추진위원회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학술세미나 준비와 대외 활동, 기념일 선포 등 사업은 여수종고회 단독 체제로 이어졌다.
지역에서는 범시민 참여 구조가 해체된 배경과 절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영리법인인 여수종고회가 정관에 수익사업 등 정관 변경을 추진했던 사실이 보도된 바 있어, 사업 단독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대표 단체들이 함께 추진할 때는 공신력과 시민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단독 체제로 전환되며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역사와 공공 가치를 다루는 사업인 만큼 투명성과 협력 구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영은 통제영 역사를 국가 정책·관광 자원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여수가 ‘최초’라는 역사성과 정당성을 제대로 살리려면 시민사회·학계·지자체가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는 통제영 동헌 복원과 진남관 중심 역사문화 사업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와 별개로 지역에서는 "시와 도가 지역 대표 단체들과 협력 없이 특정 단체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계속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