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이병수 기자] 고종이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 선교사(1858~1902)에게 선물한 전통 가구 '나전산수무늬삼층장(螺鈿山水文三層欌)'의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서 교부식이 30일 서울시 정동에 위치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8월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당 문화유산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지정서 교부식은 조보현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장, 김종헌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 이종희 국가유산청 문화유산국장, 이종숙 국가유산청 민속유산팀 연구관, 신탁근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김삼대자 전 문화유산위원, 양석중 국가무형문화유산 소목장 이수자가 참석해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축하했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180.3㎝, 가로 114.9㎝, 세로 54.6㎝에 문자와 꽃, 과실 등 다채로운 무늬가 나전으로 장식됐다.
정면 전체와 양측 측면은 산수문과 산수인물문(자연경관과 인간의 모습을 함께 묘사) 위주로 구성돼 있고 귀갑문(거북이 등껍질처럼 겹친 육각형으로 연결된 무늬)처럼 여러 나전 무늬가 장식돼 있다. 정면에 문짝 6개 안쪽엔 과석 화훼도(괴상한 모양의 돌과 화초가 그려진 그림)가 장식돼 화려함을 보여준다. 상단부 천판의 돌출부는 짧게 하고 앞면 전체 구조를 판재처럼 가공하는 통영 지역 제작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김종헌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은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 왕실, 상류층이 분가나 출가할 때 준비하는 생필품으로 당시 문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료"라며 "고종이 당시 조선에서 배재학당을 설립해 서양식 근대교육에 헌신한 아펜젤러 선교사에게 감사 의미로 전한 선물로 조선 왕실과 외국인 선교사 간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아펜젤러 선교사 집안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 왔다. 2022년 아펜젤러 선교사의 외증손녀 다이앤 크롬 여사가 문화유산적 가치와 아펜젤러의 헌신을 알리기 위해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885년 조선에 입국한 아펜젤러는 '유용한 인재를 기르는 집'이라는 뜻의 '배재학당(培材學堂)'을 설립했다. 배재학당은 배재대학교를 비롯해 배재중, 배재고, 배재대 부속유치원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조보현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장은 "배재학당 창립 제140주년인 올해 아펜젤러 선교사의 공을 높이 산 유물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배재학당이 우리나라 근대사의 한 축을 맡아 인재를 양성했다는 사명감이 돋보이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서울특별시 기념물)은 전시실에서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해 '고종황제의 선물,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내달 30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한정해 공개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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