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28일 오후 6시 40분쯤 대구시 달서구 호산동 성서공단 한 업체에서 대구출입국 단속반을 피해 공장 내 좁은 공간에 숨어 있던 베트남인 A 씨(여·25)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오후 3시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경찰 등 30~40명이 공장에 들이닥쳐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단속을 시작하자 3층 높이의 에어컨 실외기 위의 좁은 공간에 몸을 숨겼다.
A 씨는 단속반이 철수한 후 1층 바닥에서 피를 흘린 채 발견됐고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머리뼈 골절로 사망한 점을 미뤄 숨어 있던 공간에서 바닥으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에어컨 실외기 위에 A 씨의 족적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단속이 진행되는 동안 3시간 정도 숨어 있었으며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숨쉬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 외국인 노동자 B 씨는 "단속반이 오자 모두 숨어 있었고 A 씨는 좁은 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 "A 씨에게 힘들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그 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국인 노동자 C 씨는 "단속반이 공장 주변을 에워샀고 모두 겁에 질려 뛰어다녔다. 잡히면 추방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들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이날 현장 단속을 오후 4시까지 1시간 정도 진행했으며 그 후 고용확인서 확인 등 행정절차를 밟은 후 6시 10분쯤 최종 철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은 'APEC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한 무리한 합동단속이 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다"면서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30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인권 침해, 폭력적인 정부합동단속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는 사람이 사람을 사냥하고 죽인 역대 정부와 한치도 다르지 않음이 증명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사죄하고,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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