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스웨덴 서남부 말뫼는 항구도시다. 조선업의 발달로 인구가 유입되고 도시 성장이 가속화 됐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이 성장하면서 말뫼의 조선 산업은 힘을 잃었다. 조선업은 말뫼 시민들의 자부심이었지만 결국 말뫼를 대표하는 코쿰스 조선소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말뫼 시민들은 폐업한 코쿰스의 초대형 크레인이 우리나라 H사에 매각되어 배에 실리는 장면을 눈물로 지켜봤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을 내보내며 아쉬움을 생중계했다. 말뫼 조선업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알린 '말뫼의 눈물'이 유래된 배경이다.
인천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견인한 도시다. 산업화는 배고프고 고달픈 삶을 윤택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시민들은 제조공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제품을 소비하는 상대적인 즐거움 때문에 공장의 검은 매연도 참아낼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았던 공장은 하나둘씩 떠나고 공장이 옮겨간 장소에는 대부분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공장이 떠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시민의 경제적 활동도 제약을 받게 됐다.
말뫼도 조선업 쇠퇴에 따라 많은 지역 주민들이 도시를 떠났다. 1990~1995년 동안에 무려 2만7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도시는 실업자가 넘치고 범죄가 들끓었다. 쇠퇴한 도시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레팔루 말뫼시장은 전통적인 공업도시 말뫼를 지식기반의 친환경 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쇠락한 도시를 재건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서 바다 건너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교량을 건설했다. 다리가 개통되면서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집세가 저렴한 말뫼로 이동하면서 말뫼의 도시인구가 증가하는 원인이 됐다.
도시의 원동력인 인구 증가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말뫼의 경제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말뫼의 눈물'이 '말뫼의 기쁨'으로 인식되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옛 코쿰스 조선소 자리에는 '터닝(Turning) 토르소' 건물이 들어섰다. 이 건물은 90도 회전하는 형태로서 마치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미래 첨단산업으로, 고립된 지역에서 개방적인 지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인천의 산업 구도도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체질을 빠르게 바꿔야 한다. 인천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많다. '남동'과 '부평'의 국가산업단지를 첨단지식산업단지로 육성하는 등 스마트 산업단지의 조성에 따른 구조고도화와 첨단화가 필요하다. 노후화된 산업단지 시설을 현대화하고, 스마트·친환경 산업단지로의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원도심의 개별입지 공장을 단지화하는 통합관리 체계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해야 한다.
인천 산업단지가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이 지연되면서 경쟁력도 약화되는 현실이다. 지식기반서비스업은 서비스산업 중 성장 잠재력이 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인천지역은 전국 평균 대비 기반이 약한 상황이다. 석탄·석유화학·기계 등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반도체·바이오·AI 등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송도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기반을 다지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의 조기 구축과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첨단의료복합단지, 헬스케어 산업 육성 등을 통해 대기업과 지역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은 2045년 탄소중립도시를 선언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수소에너지 활용 산업 특화 지역 조성과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은 인천의 지리적 특성과 잘 부합되는 분야다.
인천은 항만·물류 산업이 발달한 도시이지만 최근 물류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항만 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으며, 배후 산업단지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다. 자동화 및 AI 기반 물류 시스템 도입으로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과 항만 인프라 현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 물류 허브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노력과 아울러 노후하고 쇠퇴한 원도심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활력 있는 녹색도시로 재생해 정주환경이 개선될 때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고급의 노동력이 확보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젊고 유능한 인재의 창조적 공간으로서 지방 중심의 '도심융합특구'를 지정해 도시중심부에 경제적 활력을 도모하고 있다. 지역 특색에 맞게 산업·주거·문화 사업을 융합하여 공간을 정비하고 도시 외곽에 저밀도로 개발하던 기존의 도시 개발 방식과는 달리 접근성이 좋은 도시 중심지 개발을 통해 양호한 정주환경을 조성하여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정책이다.
도시는 주거와 산업의 균형적 발전이 중요하다. 인천은 도시중심부에 고층 아파트만 들어오는 '침상도시'가 아닌 '자족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이 기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고용창출을 통해 경제 활력을 찾는 데 있다.
글=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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