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힘쎈충남'의 그림자에 가려진 부여군의 땀
  • 김형중 기자
  • 입력: 2025.10.20 17:49 / 수정: 2025.10.20 17:49
박정현 부여군수가 지난 17일 부여군 규암면 아름마을에서 열린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충남분원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부여군
박정현 부여군수가 지난 17일 부여군 규암면 아름마을에서 열린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충남분원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부여군

[더팩트ㅣ부여=김형중 기자] 지난 17일 충남 부여군 규암면 아름마을에서 열린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충남분원 기공식은 표면적으로는 충남도의 새로운 산업 성과처럼 포장됐다.

현장 무대의 간판에서부터 홍보 영상, 배포된 보도자료까지 온통 '힘쎈충남'이라는 도정 슬로건이 덧칠돼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정작 주도적인 역할을 한 충남 부여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부여군이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MOU를 체결하며 추진한 '비건레더 바이오 소재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 충남도는 국비 예산 확보 등 과정에서 행정적 협력을 한 상급기관일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기공식 무대 위에서는 주체가 뒤바뀌었다. 작은 군이 이룬 성과가 '도정의 치적'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에 박정현 부여군수는 참지 않았다. 확대간부회의와 개인 SNS를 통해 "일은 부여군이 하고 공은 충남도가 가져갔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기공식의 모든 홍보물에 '힘쎈충남'만 보였다. 충남도는 MOU의 주체도 아니었다"며 "외압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작은 기초지자체가 한 일을 광역지자체가 한 것처럼 하는 건 개탄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직설도 했다.

박 군수의 비판은 단순한 불만 표출로 그치지 않는다. 행정의 공정한 평가, 지역 간 균형, 그리고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문제 제기다.

현장의 성과를 '정치적 브랜드'로 덮는다면 진짜로 일한 사람들의 노력은 기록에서 지워진다. '힘쎈충남'이라는 구호가 진정 '공정한 충남', '함께 사는 충남'을 뜻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그 슬로건의 무게를 돌아볼 때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을 가로챘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다. 부여군의 성과가 도의 홍보 속에 묻히는 순간, 협력은 사라지고 신뢰는 흔들린다.

박 군수가 바란 것은 거창한 정치적 대결이 아니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달라는 단순한 요구였다.

부여군의 땀방울이 '힘쎈충남'이라는 이름 아래 희미해지지 않도록 도는 지금이라도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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