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박수현 의원 '세대교체론',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 이정석 기자
  • 입력: 2025.10.17 10:55 / 수정: 2025.10.17 11:35
왼쪽부터 박수현 국회의원, 양승조 전충남도지사. /더팩트 DB
왼쪽부터 박수현 국회의원, 양승조 전충남도지사. /더팩트 DB

[더팩트ㅣ내포=이정석 기자] 지방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남도지사 자리를 둘러싼 여야 주자들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뜨겁다. 그런데 익숙한 화두가 다시 등장했다. 바로 '세대교체론'이다.

보통 세대교체론은 정치 경험이 짧은 30~40대 신인들이 기성 정치인과의 차별화를 위해 꺼내 드는 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1997년 정계에 입문해 27년간 정치활동을 이어온 재선 의원, 그것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박수현(공주·부여·청양) 의원이 직접 세대교체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현재 이재명 대통령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으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중량급 인사다.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충남도지사 선거의 민주당 유력 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런 박 의원이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지목한 이는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다. 양 전 지사는 2002년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4선과 민선7기 도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박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양 전 지사가 후배 세대를 위해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안희정 전 지사 이후 민주당의 저변은 넓어졌다. 이제는 강훈식, 복기왕, 황명선 등 젊은 세대가 주역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후배 정치인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선배의 덕담처럼 들린다. 그러나 박 의원이 도지사 출마 여부에 대해 "계획은 없지만, 상황이 닥치면 소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대목이 주목된다. 이 말은 곧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세대교체론은 다소 어색해진다. 박 의원은 1964년생으로, 1959년생인 양 전 지사보다 불과 다섯 살 어릴 뿐이다. 게다가 정치 입문 시점으로 보면 박 의원이 오히려 5년 앞선 '선배'다.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면서 스스로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세대교체론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도민들이 박 의원을 '교체의 대상'으로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평소 온화한 언어와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소통의 정치인'이라고 불려왔다. 공주와 국회를 출퇴근하면서 민심을 듣는 '고속버스 의원실' 활동은 그가 초심을 지키는 상징으로 꼽힌다. 권위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진정성은 지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박 의원이 나이와 세대를 언급하며 상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다소 낯설다. 충남도민들은 그가 대통령실에서 수행 중인 막중한 역할, 특히 국정기획위원회 균형성장특별위원장으로서 대통령실·국회 세종 이전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설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언행의 일관성'이다. 박 의원이 말한 세대교체가 단순한 선거 프레임이 아니라,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정치 혁신의 철학으로 읽히려면 스스로 그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세대교체론'은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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