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충남대학교에서 RISE 사업단과 사범대학이 공동 주최한 ‘공교육 발전 포럼’이 열렸다. 표면상으로는 공교육의 방향과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행사 내용과 발표자 구성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깊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발표자와 토론자 대부분이 교육계 일각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와 그 성향으로 자타가 분류하는 차기 교육감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성향을 분류하고 성향이 다른 것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아예 초대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발표자 구성은 공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행태로, 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공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교육이 이념의 전장으로 변질하는 순간 교실은 분열되고 학생들은 혼란에 빠진다. 교육은 어느 한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공통된 가치 위에 서야 한다. 그런데 이번 포럼은 특정 성향의 인사들이 중심이 돼 진보와 보수에 따른 공교육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이나 차이는 백안시된 채 자기 진형의 사람끼리 공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구조를 취했다. 이는 공정성을 상실한 채, 포럼이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적 여론전’의 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교육은 단순히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의 합의’이다. 교원, 학부모, 학생,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그런데도 공교육 포럼이 일부 정치적 세력의 논리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학과 교육기관이 앞장서서 중립성과 균형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포럼의 균형을 위해서는 구성부터 달라져야 한다. 발표자 선정 시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고, 특정 교원단체나 진영에 치우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교육감 출마 예정자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발표자로 선정된다면 진영의 공평성을 지키는 원칙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공교육 논의에는 현장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야만 진정한 교육 논의가 가능하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어느 진영이 더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어떤 가치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진보는 변화를, 보수는 안정을 상징한다. 그러나 교육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안정된 성장을 이루는 지혜’를 추구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변화는 필요하지만, 그 변화는 안정된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포럼이 진정한 ‘공교육 발전’을 논의하려면, 무엇보다 이념의 언어가 아닌 교육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원의 사기 저하, 학력 격차, 돌봄과 교육의 불균형,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혁신 등이다. 이런 문제는 정치적 논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
공교육은 국민 모두의 자산이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선거 전략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중심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과 연구기관이 교육의 중립적 심판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정책 포럼이 특정 세력의 주장만 반영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학문’도 ‘교육’도 아니다. 교육의 이름을 빌린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공교육의 본질을 다시 세워야 한다. 교육은 이념보다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진보나 보수보다 공정성과 전문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진영 논리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공교육은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
공교육의 발전은 정치적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교실 속의 한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며, 교사가 보람을 느끼는 작은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교육이 다시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희망이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교육 발전이며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교육의 미래이다.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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