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파주=양규원 기자] 경기 북부 대표적 도농복합도시인 경기 파주시가 지역에서 생산됨에도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판로를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농가들을 위해 '지역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방안'을 고민한 끝에 '로컬푸드'를 주목하기로 했다.
1일 파주시에 따르면 지역 농업인 중 65세 이상이 49%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1㏊ 이하 영세·소농 비율도 87%에 달한다.
대형농과 상업농 중심으로 돌아가는 유통 체계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주를 이루는 소농들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탈농·이농 추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더욱이 파주시민의 밥상에 오르는 신선 농산물의 상당 부분은 대형 유통업체가 들여오는 타 지역 농산물로 채워지면서 실제로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 농산물의 지역 내 소비량은 약 25.7%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곧바로 소비자의 식탁으로 이어주는 '로컬푸드 유통 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농민들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이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는 우선 로컬푸드 유통 기반시설부터 확충하기로 했다. 북부권역에 시 직영 로컬푸드 직매장을 조성하고 운정신도시에는 대규모 직매장 시설과 교육장, 조리 체험실 등을 겸비한 로컬푸드복합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파주 로컬푸드 정책'의 밑그림으로 내놨다.

특히 북부권역 로컬푸드 직매장 조성 계획은 지난 7월 말 로컬푸드 직매장 문산점이 문을 열면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 2014년 시에 처음 생긴 조리농협 직매장을 비롯한 7개소의 기존 직매장과 달리 매장 조성 비용 6억 원을 전액 시 예산으로 투입해 마련한 시 직영 1호 직매장이다.
기존 직매장 7개소의 출하 농가수가 모두 421개인 반면 문산점 한 곳에만 153개 출하 농가가 참여하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시범운영 기간인 지난 두 달간 문산점 직매장에 선보인 신선농산물 품목 수도 687가지에 이른다.
지역 농민들은 자기 가게처럼 농산물을 내다 팔 수 있는 판매처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텃밭 농사를 짓는 신선자(여·70) 씨는 "매일 같이 뙤약볕을 쏘이고 비바람 맞아가며 피땀을 쏟은 보람을 맛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판로가 없어 농산물을 그냥 썩혀 내버리는 일이 허다했던 신 씨는 로컬푸드 직매장 출하 이후 두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장에 상품을 내다 팔아 153개 출하 농가 중 매출 실적 1위를 차지했다.
두 달간 통장에 찍힌 대금이 판매 수수료를 제하고도 400만~500만 원은 족히 돼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을 넘어섰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자가소비용 텃밭 농사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던 그가 직매장 출하로 안정적 소득원을 확보해 '월급 받는' 농부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도 긍적적이다. 가격은 농민이 직접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만큼 생산자들은 충분한 소득을 챙길 수 있고 대형마트 판매가 못지않게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줄어든다.
또 이름표가 달린 농산물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키울 수 있게 됐다.
인근 주민 오경아(여·45) 씨는 "올 때마다 진열대에서 새로운 종류의 농산물을 발견할 수 있어 장보기가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역 먹거리에 대한 수요층이 두터운 운정신도시에 로컬푸드복합센터를 건립해 이를 문산점과 연계하고 지역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과도 적극 협력해 도심 지역 직매장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며 파주 전역을 아우르는 로컬푸드 유통 기반을 다져나갈 방침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로컬푸드는 도농복합도시인 파주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라며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지역 먹거리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시 구석구석 골고루 돈이 돌아 지역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강한 지역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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